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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중국학술원 시민강좌·(5·끝)] '냉장고 인류' 저자 심효윤 학예사

김태양
김태양 기자 ksun@kyeongin.com
입력 2022-10-16 19:04

당연히 필요하다 믿는 냉장고… '왜?' 의문과 부정의 파노라마

인천대 중국학술원 시민강좌
심효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제공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인천 서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경인일보 등이 후원하는 '2022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시민강좌'의 '미각을 자극하는 인문학' 마지막 강좌가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열렸다.

심효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가 '생활문화 연구 <냉장고 인류>의 사례'를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냉장고를 구매한 다음 설명서를 읽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가 냉장고의 기능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게 당연해졌다. 냉장고는 원래 부엌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냉장고 사용설명서가 나왔다. 바로 '냉장고 인류'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냉장고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왜 필요할까.



저자는 생활문화 연구자이다. 생활을 둘러싸고 당연시되는 것에 대한 의문과 부정에서 시작하는 고민을 생활문화 연구라고 믿는다.

모두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냉장고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과연 이 제품을 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어떻게 사용하는 게 바른 것일까. 당연히 필요하다고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세밀한 관찰을 거듭하면서 설명서는 두꺼워졌다.

냉장고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냉장고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우리 삶은 얼마나 변했는지, 음식을 저장하려고 냉장고를 사용하는데 왜 음식쓰레기는 더 늘어나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해설이 설명서에 담겨있다.

냉장고 속엔 우리의 부엌과 음식, 건강과 환경, 사회 문제 등 온갖 주제가 들어 있다. 인류의 문명사와 세계사까지 담고 있으니 우리는 모두 '냉장고 인류'인 셈이다.

그는 '큰 역사'만 말하지 않는다. 우리 동네의 대형(공유) 냉장고인 편의점에서 '혼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현대식 김치 냉장고와 공존하면서도 조상 대대로 살아온 방식을 지켜내는 종갓집 종부의 이야기 그리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죽음, 고독사한 노인들의 집. 그들의 마지막 냉장고를 들여다본다.


주방부터 편의점까지 다양한 문화
식재료 보관 '전통의 지혜' 사라져
어느순간 삶의 도구서 삶의 목적 돼


이제는 냉장고에 대한 이념적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냉장고는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너무 과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혜와 기술이 있었는데, 그런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의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옛사람들은 다양한 식재료 보관과 저장에 관심을 두고 음식을 보관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하지만 냉장고라는 강력한 저장 제품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지식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 전통의 지혜를 발휘해 냉장고의 대안을 찾는 이들이 생겨난다. 냉장고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냉장고는 '도구'라기 보다는 '목적'이 돼버렸다.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가 필요한 게 아니라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채워나간다. 냉장고를 신봉하다 보니 굳이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아도 될 식품까지 무조건 넣고 본다. 냉장고는 우리 삶을 삼켰다. 냉장고는 스스로 발전하면서 점점 커지고, 더 비싸지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우리의 삶을 서서히 지배해왔다.

우리는 냉장고를 하나의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 냉장고에 쿨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책이 인류에게 올바른 도구의 설명서가 되길 기원한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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