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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가상화폐 다단계 가담자 처벌이 어려운 이유

이시은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입력 2022-12-30 18:33 수정 2023-01-01 20:19

"코인은 금전이 아니다"… 등치는 범죄, 판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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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다단계 사기 피해자인 성오봉씨는 지난 2017년 4월 30여년간 모은 2억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말레이시아 기업 MBI의 투자자 모집책들은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사 SNS인 엠페이스에 투자하면 광고권과 가상화폐를 준다고 투자를 유도했다.

그러던 중 성씨는 뒤늦게 MBI가 유령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MBI 피해자 모임의 회장을 자처했고 현재 전국을 돌아다니며 MBI 운영진과 모집책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성씨는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삶을 망가뜨린 운영진과 모집책에게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성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피라미드 구조의 가상화폐 사기 사건의 피해자는 점차 늘고 있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덩달아 피해자도 늘고 있다.

유사수신·방문판매·사기죄 등
처벌 가능한 법 없어 사각지대
고의성 입증 어려워 실형 모면

문제는 관련 법이 없다는 점이다. 통상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형법상 사기 등의 법 조항을 적용해 처벌한다. 유사수신행위는 금전에 한해 원금 이상의 이익을 보장할 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등록하지 않은 다단계 업체가 재화와 용역 등을 판매할 때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현행법상 금전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거래가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행위도 아니다. 형법상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기 혐의는 고의성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다단계 사기 사건의 모집책 대다수는 실형을 피해간다. 실제로 지난 22일 선고한 2조원대 다단계 사기인 브이글로벌 사건에서도 일부 모집책들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중 상당수가 수익금으로 재투자해 실제 피해 액수가 적은 점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가상화폐 범죄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들에 대한 처벌 사례에 빗대어 설명했다.

해당 변호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정 전에는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들에게 형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야만 했는데,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웠다"며 "법 제정 뒤 전달책들에게도 중형이 선고되는 추세인 점에 비춰볼 때 가상화폐와 관련해서도 국가가 법리를 만들어 시장을 체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단계 사기 사건은 돈을 벌었지만 피해자가 되고, 돈을 잃었음에도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가상화폐 투자로 인해 수익을 낸 이들의 돈을 환수하는 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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