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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손흥민의 EPL 100골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3-04-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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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손흥민 존'이었다. 발끝을 떠난 공의 궤적은 아름다웠다. 골키퍼는 다 보고서도 막을 수 없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또 한번 역사를 썼다. 8일(현지시간) 홈 경기에서 브라이턴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로 프리미어리그(EPL) 100번째 골을 기록했다. 세계 최강 프로축구판인 EPL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

손흥민의 축구 역사 갱신 여정은 경이롭다. 2019년 11월 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유럽 리그 통산 122, 123호 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범근이 세운 통산 121골 기록을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의 유럽 단일 리그 득점 기록이었던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98골 기록도 EPL 100호 골로 경신했다. 20세기 '차붐(Cha Boom)'의 전설이 21세기 '쏘니(Sonny)'의 신화로 격상됐다. 유럽 축구팬에게 아시아 축구는 한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9년 푸스카스상을 제정해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시상한다. 푸스카스는 1954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을 9대0으로 유린한 헝가리의 주장이었다. 손흥민은 '번리전 70m 단독 드리블 골'로 2020년 아시아 최초 수상자로 선정됐다. 푸스카스에게 받은 한국 축구의 치욕을 푸스카스상으로 씻었다. 축구판 한강의 기적으로 손색이 없다.

그래도 손흥민 축구의 가장 큰 족적은 2022년 EPL 골든부트(득점왕) 수상일 테다. 리그 마지막 경기 후반전에 연속 두 골을 넣어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이 됐다. 동료들의 헌신적인 조력으로 득점왕에 올랐을 때, 손흥민은 토트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



손흥민이 쌓아올리는 축구 금자탑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남다른 노력과 인성 때문이다. 손흥민 존은 피나는 훈련으로 완성된 양발의 자유 때문에 가능했다. 자신 때문에 부상당한 선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해 존경받는 인성으로 팬들을 감동시킨다. 최근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와의 불화설도 그의 리더십 덕분에 깔끔하게 무마됐다.

이제부터 손흥민의 한 경기, 한 골이 모두 전인미답의 기록이 된다. 유럽 팬들은 '쏘니'에 열광하고, 한국 팬들은 '캡틴'의 리더십에서 희망을 볼 테다. 부상 없이 질주하기 바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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