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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황사 발원지

홍정표
홍정표 논설위원 jph@kyeongin.com
입력 2023-04-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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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4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 편에 지구촌 유명 도시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도쿄, 뭄바이, 시드니, 두바이, 모스크바, 파리를 배경으로 한 볼거리가 풍성하다.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두바이 고층 빌딩에서 창문을 넘나드는 아찔한 장면과 모래바람 속에서 쫓고 쫓기는 자동차 추격신이 인상적이다.

멀쩡한 하늘에 갑자기 짙은 먼지가 끼어 한치도 분간할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중동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 '캄신(khamsin)'이 모티브다. 사막 등 건조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래를 동반한 강력한 바람을 말하는데, 동양에선 황사(黃砂)로 통칭된다. 몽골과 중국 서부지역에서 발원해 대륙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에 영향을 미친다.

올봄 발생한 대규모 황사를 두고 중국이 발원지로 몽골을 지목했다. '중국발 황사'라는 한국·일본 언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올해 가장 강력한 두 차례 황사는 수도 베이징에서 600㎞ 넘게 떨어진 몽골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자국은 발원지가 아니라 피해자란 주장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몽골 황사에 대해 한국 일부 언론은 중국발 황사라고 보도했다"며 "심지어 재난이나 지옥 같은 선동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기상문제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이상한 나라가 맞는가. 세계기상기구(WMO)가 답을 내놨다. WMO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일 몽골에서 발원한 황사가 반경을 넓히는 가운데 인접한 중국 북부와 만주지역에서도 황사가 관측됐다. "강력한 저기압이 몽골의 고비 사막과 중국 네이멍구 중서부 사막 지역의 모래 먼지를 끌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황사는 몽골발도 맞고, 중국발도 맞는 셈이다.

해가 갈수록 황사가 빈번해지고, 농도가 짙어진다. 몽골과 중국 중서부 지역의 사막화가 주원인이란 견해가 대체적이다. 중국은 이를 부인하면서 몽골 때문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이것도 모자라 한·일 언론을 탓한다. 주변국들과 협력해 발원 요인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외려 분풀이를 하고 있다. 나쁜 환경을 가진 고약한 이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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