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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워치' 차고 훈련하나 했는데… 일정 지연에 발목잡힌 과학화예비군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4-30 19:12

지난달 20일 오전 화성의 한 예비군훈련장. 6년차로 마지막 예비군 훈련에 나섰던 김모(30대)씨는 신분증을 제출하고 입소 대기 중 구석에 '스마트워치' 형태의 기기가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화 훈련으로 진행된다기에 기기를 손목에 착용하고 진행하는가 했는데, 정작 기기는 지급받지 못한 채 훈련 절차가 이어졌다.

스마트워치를 접촉시켜 훈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모니터는 정상 가동 중이었는데, 이날 1천200여명의 훈련병 중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김씨는 "기기 하나만 해도 값이 꽤 될 텐데 덩그러니 놓인채 왜 안 쓰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지난 2013년부터 예비군 과학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VR 영상장비나 태블릿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과학화 훈련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예비군 스마트워치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병사들에게 보급되는 훈련기기로, 입소부터 퇴소까지의 훈련과정 및 계획을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정책 추진 10년째인 현재 전국 17곳의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이 운영 중인 가운데 수도권 내에서 스마트워치를 활용하고 있는 훈련장은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서울의 금곡예비군훈련장은 2014년 전군 최초로 과학화훈련체계를 구축한 시범사례로 소개됐던 곳이다. 


계획 미뤄져 지급 못하는 형편
수도권에선 고작 한 곳만 활용
거액 들이고도 부실 운영 지적


즉 10년 동안 수도권 내 새로 생겨난 과학화예비군훈련장들은 일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훈련이 진행된 셈이다. 일부 훈련장은 올해부터 스마트워치를 활용하기로 했음에도 계획이 지연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과학화 훈련장 확대 계획도 덩달아 지연되는 중이다. 군 당국은 지난 2018년엔 올해(2023년)까지 전국 과학화훈련장을 40개소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현재 그 시점을 2027년까지로 미룬 상태다.

이 때문에 거액의 예산을 들인 과학화 시스템이 정작 훈련 현장에서는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정책연구에 따르면 '동원훈련 스마트 훈련관리 체계 구축'에 대한 예산소요는 172억2천만원 상당으로 분석된다.

해당 예비군 훈련장 관계자는 "스마트워치가 구형 모델에서 신형으로 교체되면서 보안성 측정 등의 문제로 보급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보급 시점이 언제가 될지 확정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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