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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아동, 그들의 '공간'·(中)] 언어·문화 장벽에 막힌 대한민국 교육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5-07 19:05 수정 2024-10-30 14:18

세상 어려운 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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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 209명의 외국인 아동이 재학 중인 안산시 '자이언국제상호다문화대안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2023.4.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In Korea, we can be healthy by eating kimchi.(한국에서는 김치를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어요)" 영어만 오고 가던 수업 중간중간, 친숙한 한국문화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국은 곧 더운 계절인 여름이 온다"는 교사의 설명에 한 아이는 손을 들고 "인도에서는 지금 이미 엄청나게 더운 날씨였다"고 답했다. 옆 교실에서는 한 교사가 러시아어를 칠판에 적어 가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두 달 전, 화재로 숨진 외국인 4남매 중 세 아이가 다녔던 교실의 모습이다. 안산시 선부동 '자이언국제상호다문화대안학교'(자이언학교)는 14개국 209명의 외국인 아동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14개국 209명 학생의 자이언학교
화재로 숨진 4남매중 3명 다닌 곳
공교육 적응 못해 찾는 대안 시설


영어, 러시아어 등 언어권으로 분류된 반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울 수 있다. 이중언어가 가능한 선생님 20여명이 아이들을 국적별로 맡아 가르치고, 저녁에는 가정 내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한 공부방도 운영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대개 언어 장벽으로 공교육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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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 209명의 외국인 아동이 재학 중인 안산시 '자이언국제상호다문화대안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 2023.4.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최혁수 교장은 "안산지역 외국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으로 활동하다가, 자녀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는 외국인 부모들의 요청으로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면서 "외국인 아동은 한국 학교 입학 절차만 통상 반년은 걸리는 데다 교실에서도 언어와 문화까지 모두 달라 대안학교를 찾는 가정도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외국인 아동이 다수를 차지한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는 대책을 찾으려 고군분투 중이다.



시흥시 정왕동 군서초등학교는 지난달 기준 전체 학생 670명 중 다문화 학생 비중이 86.87%(582명)에 육박했다. 미등록 외국 아동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으로 파악된다. 불과 10년여 전까지만 해도 학생 10명 중 한 명꼴이었는데, 인근 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외국인 주민 생활권이 형성되고 그들 자녀의 입학이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방문한 군서초 일부 교실은 중국어, 러시아어, 우즈벡어 등 다양한 언어를 통해 기초 한글 자모음부터 생활 속 표현을 가르치고 있었다. 복도 반대편 정규 학급 수업이 진행되던 시간이었다. 군서초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거나 문화적 충돌을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디딤돌학급', '어울림반' 등 수준별 특별수업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정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아이들을 선별해 기초 소양 관련 별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고충은 여전했다. 한국어 수준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급증하는 반면 특별수업 정원은 한정돼 있어 일부 학생들은 수개월 동안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과정을 마치고도 학습 수준이 부족해 결국 기존 학급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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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 209명의 외국인 아동이 재학 중인 안산시 '자이언국제상호다문화대안학교'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2023.4.2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은경 군서초 교감은 "담임교사들도 일부 아이들과는 기본적 소통도 안 될뿐더러, 수업에서 이탈하게 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데 고충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녀 유입 갈수록 느는데
여전히 학교선 소통 어려움 겪어
외부 복지기관에 의지하는 실정

이처럼 외국인 아동은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인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나 외부 복지기관의 교육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특히 유년기를 부모와 떨어져 본국에서 지내고 학령기에 국내로 입국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부적응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교육부 조사를 보면 지난 2021년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은 3만7천933명으로, 5년 전(2만17명)에 비해 47%가량 늘어났다.

성장기 외국인 아동의 부적응은 정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안현숙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센터장은 "기본적인 소통마저 어려운 외국인 아동은 정서적으로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한 상황"이라며 "유입 아동 인구가 점점 느는 만큼 외부 교육기관보다도 공교육이 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체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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