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쪼개기에 '더 좁아진 행복'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경기도 내 일부 지역 다세대주택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거주 외국인 아동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오후 시흥시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촌 골목에 실외기와 가스계량기 등이 빽빽하게 설치돼 있다. 2023.5.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시흥시 정왕1동 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낡은 3층짜리 다세대주택(빌라) 수십 채가 500m 도로 양옆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대략 두 팔 너비쯤 되는 건물 사이 공간을 들여다보면, 벽마다 가스계량기가 열댓 개씩은 부착돼 있었다. 그 아래로 배출된 생활 쓰레기와 살림 흔적에는 한국어과 함께 기본 3개국어 이상의 글자들이 눈에 띄었다."그 아이들이 사는 곳은 도대체 어땠길래…." 물음 하나로 취재는 시작됐다.지난 3월, 안산에서 화재로 숨진 네 명의 외국인 아이들은 2년 전에도 화재 피해를 입고 지금의 거처로 옮겨온 상태였다. 남매들은 공교육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대안학교와 복지기관을 전전해 왔다. 남매와 같은 아이들 6만여명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101번째 어린이날, 그들의 주거·교육·여가공간을 되짚으며 어엿한 우리 이웃 아이들의 안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경기도 내 일부 지역 다세대주택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거주 외국인 아동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오후 시흥시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촌 골목에 실외기와 가스계량기 등이 빽빽하게 설치돼 있다. 2023.5.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지난 3일 정왕1동에서 만난 4남매 어머니 A(40대)씨도 10년 넘도록 이곳에 살다가 최근에서야 복지혜택으로 주거지를 이전했다. 8년 전까지는 30㎡(9평) 원룸, 작년까지는 40㎡(12평) 투룸에서 다섯 가족이 함께 지내왔다. 어렵사리 입을 뗀 A씨의 첫말은 "'어거지'로 살아왔다"는 말이었다.
그는 "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다 같이 발 뻗고 누울 공간도 없고 방구석이며 천장, 복도 어디든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안 나오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 환경이 걱정이었다. A씨는 "기본적인 환기도 제대로 안 되니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고 피부 습진도 자주 일어난다"면서 "큰애는 사춘기로 예민할 시기인데 휴대폰 진동 소리까지 옆집으로 샐 정도여서 스트레스에 아직도 성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곳의 빌라들은 통상 5가구 내외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가구 내 임시로 벽을 세우는 등의 '불법 쪼개기' 수법으로 최대 20가구까지 늘리는 곳이 대다수로 파악됐다.
전국 시군 가운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도 상황은 비슷했다. 산업단지가 인접한 선부동과 원곡동 일원에 외국인 노동자 가정이 열악한 원룸 빌라촌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재로 자녀 4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외국인 가정도 선부동 23㎡(7평) 빌라에서 7명이 모여 살았고, 이 빌라 11가구(41명)는 모두 외국인 가정이었다.
지역복지센터에 접수된 사례 가운데는 다섯 자녀를 거느린 외국인 가정이 칸막이도 없이 원룸에 거주하는 경우나, 반지하 노래방을 고쳐 가정집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경기도 내 일부 지역 다세대주택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거주 외국인 아동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오후 시흥시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촌 골목에 실외기와 가스계량기 등이 빽빽하게 설치돼 있다. 2023.5.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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