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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둘 아들 앗아간 산재… 유족들은 아직 '악몽 속'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3-06-14 19:21

"아주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우리 아들이 왜 죽어야 합니까…."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 임원택(가명)씨는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13일 인천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고(故)임채웅(32)씨의 유족을 만났다. 고인은 지난 9일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소형타워크레인으로 인양하던 300㎏ 무게의 공구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6월9일 인터넷 보도=인천서 소형타워크레인 조종 중 인양하던 물체 맞아 노동자 사망)

"알아보니까 그게 사고가 날 상황이 아닌 거예요. 왜 사고가 났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제대로 된 설명 하나 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아버지 임씨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채웅씨는 아버지, 친형과 함께 살다 몇 년 전 독립했다. 집을 나왔어도 아버지를 챙기는 마음이 큰 효자였다고 한다. 부천에 사는 아버지 집을 자주 찾아오고, 안부 전화도 자주 드렸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채웅씨는 4년 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열심히 돈을 모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던 그가 얼마 전 "차를 새로 뽑았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가족들 눈에 선하다.

꽃길만 걸을 것 같던 32살 청년의 소박한 꿈을 산업재해가 앗아가 버렸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긴 임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들의 죽음에 대해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시 사고 날 상황 아니었다… 이유 무엇인지도 설명 못들어"
고용청, 타워크레인 와이어 절단 추정 중처법 위반 혐의 수사중


그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인터넷을 검색하며 소형타워크레인 사고 사례를 찾아봤다. 그러다 소형타워크레인이 투입된 현장의 위험한 실태를 보도한 경인일보 기사를 접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인이 조종했던 소형타워크레인은 조종사가 직접 올라타 조종하는 타워크레인과 달리 인근에서 원격 제어기로 조종해 '무인타워크레인'이라고도 불린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조종사인 채웅씨가 타워크레인 밑에서 공구를 옮기다 갑작스레 와이어가 끊어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그는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착용했으며, 조종면허도 소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국은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4일 경인일보는 채웅씨 산재 사망과 관련해 시공사인 A건설 업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운서동 공사 현장을 찾았지만, 시공사 관계자는 "바쁘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 책임을 건설공사도급인(원청사)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원청사의 안전관리 역할 강화와 정부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사고가 계속되는 무인타워크레인 관리에 대한 국토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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