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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친모 고모(35) 씨가 최근까지 자신의 변호를 맡던 C 변호사에게 자필로 작성해 전달한 편지. /C 변호사 제공 |
"생활고·산후우울증에 방황… 두아이에게는 너무 미안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친모 A(35)씨의 남편 B(41)씨가 살해된 두 아이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데(6월 22일자 보도=수원 아파트 냉동고서 영아 시신 2구… 사실 몰랐던 남편 "못 지켜줘 미안해") 이어 A씨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자필 편지를 남겼다.
그동안 A씨는 밀린 자녀 어린이집 비용이 500만원 넘게 쌓일 만큼 생활고를 겪다가 처음 살해한 영아 출산 전인 5년여 전 한 차례 낙태 수술을 거치며 느낀 부담감 등에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A4 용지 한 장 분량 가량의 자필 편지를 직접 작성해 최근까지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C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저에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편지에 적었다. 부부 월소득 316만원 이하 추정
친부도 살인방조 혐의 적용 수사
29일 C 변호사에 따르면 A씨 부부는 현재 12세인 첫 아이의 출산 전후 수년 간 서울의 한 콜센터에 함께 근무하는 등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그렇게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둘째와 셋째를 낳고 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진 A씨에게 산후우울증까지 찾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셋째 출산 직후 약 2년간 B씨가 직장을 못 구해 A씨가 보험 영업직으로 일하던 기간엔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보험료를 일부 선납해주며 오히려 적지 않은 손해를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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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영아 시신 두 구가 냉장고에서 발견된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2023.6.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A씨가 넷째와 다섯째 아이를 낙태하지 않고 출산한 건 지난 2016~2017년 무렵 임신했던 아이를 낙태하며 한 차례 겪은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이번 경찰 조사에서 "넷째 출산 1년 전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25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고, C 변호사에게도 이 때문에 이후 낙태를 못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근에도 A씨 부부는 지금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셋째 아이의 과거 어린이집 원비 약 500만원을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도 이들은 자택 인근의 콜센터에 각각 근무했는데, 지난 2020년부터 수원시에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 이하)으로 등록한 점(6월 23일자 5면 보도=두 아이 목숨 뺏고 나서야… 너무 늦은 복지센터 방문)을 고려하면 그 사이 A씨 부부 소득은 월 316만 원 이하(5인 가구 기준 차상위계층 요건)였던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초 A씨를 '영아살해죄'로 입건해 조사 중이던 경기남부경찰청은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참고인 신분이던 B씨도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빠르면 30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