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희재 씨는 그동안 장릉에서 보고 느낀 영감, 장릉으로부터 받은 위안을 시민들과 공유했다.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김포문화재단의 공모에 선정되며 지난달 5일부터 한 달간 월곶면 소재 평화로운전시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는 '생명의 숲 장릉·끝의 시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희재 씨가 장릉을 대하는 마음을 함축한 명칭이다. 엄선한 20개의 작품은 생명의 탄생과 소멸, 순환이라는 줄기로 연결돼 있었다.
김포에게 나는 '생명을 전하는 사람'
김포문화재단 공모 선정되며 한달간 작품 전시
그동안 보고 느낀 영감과 위안, 시민들과 공유
동네가 똑같은 사각형 되어 가는 게 안타까워
그렇다 해도 김포는 나에게 '특별한 도시' 의미
"무덤까지 가는 길의 생명을 전하고자 했어요. 민들레 홀씨 옆의 작은 열매들은 엄마가 아이를 품은 모습, 능 뒤편의 안개는 사후세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수명을 다한 나뭇잎은 발효를 통해 연지의 양분이 되어 다시 연을 피어나게 하죠. 죽음이라는 것도 결국 또 다른 생명을 낳는 자연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된 작품 중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벚나무 사진도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숲이 무성하지 않은 곳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던 덕분에 물반사가 반짝이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 모든 작품이 희재 씨가 새벽시간대 혼자 장릉을 거닐며 포착한 것이다.
희재 씨는 장릉뿐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김포를 사랑한다. 평범한 통진읍 거리와 구래동 아파트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 등을 종종 작품에 담는다. 대명항의 노을에 여운이 깊다고도 그는 예찬한다. 희재 씨는 그래서 김포에 개발사업이 활발한 게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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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재 작가는 한 작품 앞에 서서 "여기 물방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능과 숲, 목조건물이 다 담겨 있다"고 알려줬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
저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정감 있는 걸 좋아하는데 70~80년대의 정감 있던 동네가 똑같은 사각형이 되어 가는 게 안타까워요. 내가 맨날 뛰놀던 골목이 어느 날 획일화한 대로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렇다 해도 김포는 저에게 특별한 도시랍니다
희재 씨는 고된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밤늦게 김포에 들어서면 내일은 장릉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나무 위에서 나를 노려보던 청솔모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연꽃은 얼마나 더 피어있을지 궁금해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한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