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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경기도의 미래 뒷받침' 차석원 제10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신현정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입력 2023-09-05 20:08

"중요한 건 도전하며 배워가는 것… 융기원은 '할 수 있는' 기관"

인터뷰공감 차석원 원장 (1)
지난 4월 제10대 융기원장으로 취임한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 교수는 경인일보와 만나 "융기원의 '도전'을 응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 경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미래 먹거리'다. 미래성장산업국을 비롯한 대대적인 민선 8기 첫 조직개편안의 방향도 '경기도의 미래'가 초점이었다. 현재에만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 첨단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뛰어들어 경기도의 미래를 그려 나가겠다는 포부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곳이 바로 국내 유일 지자체와 대학의 공동연구기관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다.

지난 4월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 교수가 제10대 융기원장으로 취임했다. 연료전지와 미래 모빌리티, 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융합연구를 이끌어온 차 원장은 미래 먹거리를 좇는 경기도의 적임자로 꼽힌다.

수차례 이어진 실패에도 무릅쓰고 다시 도전할 때 세계를 놀라게 한 기술이 탄생하듯, 경인일보와 만난 차 원장은 공공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융기원의 '도전'을 응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국내 첫 자율주행 '판타G버스'처럼 도민 체감할 '공공성 기술' 개발 강조
경기도 반도체는 핵심과제… 앵커기업-지역업체 연결 '중간 역할' 소화
정부 R&D 예산 감액 대해선 효율적 사용·과감한 투자 균형 필요 '소신'


"처음 융기원 건물이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 장애인 관련 사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만 해도 판교에 자율주행협력버스가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입니다. 융기원은 이를 할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경기도에서 이뤄진 1번, 2번의 작은 도전이 축적돼 경기도의 인프라가 되고 산업 생태계가 마련됐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고 이를 축적한다는 것은 융기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 미래를 현실로 만들다




지난 7월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 '이상한(?)' 버스가 출몰했다. 외관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지만, 버스 기사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았다. 기사가 운전하지 않아도 버스는 혼자 움직이고 멈춘다. 그동안 일반 승용차에서만 볼 수 있던 '자율주행기술'을 대중교통인 버스에 접목한 국내 최초 자율주행협력버스 '판타G버스'다.

기존 자율주행 차량은 카메라 등 자체 센서에만 의존하다 보니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자율협력주행은 통합관제센터로부터 도로 인프라 정보 등을 받아 스스로 위험 상황을 감지한다. 자율주행 대중교통의 '초석'을 융기원이 마련한 것인데, 지난달 25일 기준 2천697명이 이용할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판타G버스는 제로 셔틀 때부터 축적한 융기원의 자율주행기술 노하우를 담은 역점사업이자, 차 원장이 강조한 '도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다.

그는 "융기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공공성을 가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페이퍼 연구가 아니라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증화 연구 사업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판타G버스 실증화 사업, 반도체 산업 육성 사업 등 경기도의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타G버스는 시범 운행을 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교의 자율주행 인프라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더 정밀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시스템으로 고도화해 기술을 축적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융기원이 행정안전부 예산 지원을 통해 추진 중인 '라이다 기반 중장거리 산불 조기 감시 기술 개발' 역시 도민 밀착형 기술개발 중 하나다. 작은 불씨로 시작한 산불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는 재난인 만큼, 이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융기원은 산불 연기와 발화점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라이다 기술을 개발, 산불을 조기에 탐지하고 장기간 실증을 거쳐 산불 예방에 기여하는 세계 선도적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인터뷰공감 차석원 원장 (13)

■ 반도체 산업, 기술 확산부터 인력 양성까지


경기도에서 반도체 산업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다. 수원, 화성, 이천 등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고 최근 정부가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은 경기도인 셈이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연구·개발(R&D) 전문연구기관인 융기원에도 반도체 산업은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국내 취약분야 반도체 기술 개발부터 인력 양성까지 융기원은 반도체 산업 기술 확산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먼저 테스트베드(시험대)를 구축해 도내 반도체 기업 실증을 지원하고 이들이 국내 반도체 산업 취약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반도체 산업 전문 인력양성 지원에 한창이며 '반도체 연구센터 구축사업'도 순항 중이다.

더욱이 융기원은 반도체 산업에 지역 기업을 연결해주는 중간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구축될 반도체 연구센터 구축사업의 초점 역시 산업체와 교류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 기술, 산업 등에 맞춰져 있다. 내년부터 이곳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분석 장비가 투입되는데, 이 역시 비용 등의 이유로 반도체 관련 장비를 갖추지 못한 도내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차 원장은 "반도체 산업을 보면 앵커 기업, 즉 하나의 중심이 되는 기업이 있고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협의체가 있다. 융기원은 도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해당하는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중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반도체 연구센터 구축사업으로 반도체 연구소를 만들고 있는데, 올해 안에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장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분석 장비가 투입된다. 기존 융기원이 수행 중인 소·부·장 사업에 더해 현재 장비를 갖추지 못한 도내 기업이 입주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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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는 인력양성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융기원은 인력양성기관은 아니지만, 그동안 쌓은 지식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경기대, 명지대 등 도내 대학과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고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섰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여러 기술개발은 대한민국 기술 생태계 구축에 도움을 준다고 힘줘 말했다.

차 원장은 "연구원들은 매일 현업에 파묻혀 있다 보니, 내가 하는 연구가 대한민국, 세계에서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술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다음에 해야 할 연구 방향을 판단할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기술 확산이 이뤄진다"며 "경기도에서 이뤄지는 실증 사업 등 지역에서 이뤄지는 기술 개발과 연구는 이처럼 현재 우리의 연구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기술을 교류할 기회다. 기술 확산의 틀을 갖추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 속도감 있는 기술 확산, "제도적 지원 필요"


최근 정부가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약 14% 줄이면서 과학계 반발이 거세다. 정부와 여당은 선택과 집중을 내세웠지만, 중장기적인 기초과학 연구가 위축될 것이라는 등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 원장은 이러한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예산의 효율적 사용이 중요하다면서도 반도체 기술 국산화 등 투자할 부분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낭비되는 부분보다 투자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당연하나, 그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이 없다면 삭감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예산의 효율적 사용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세부적인 부분을 보면 해야 될 게 매우 많다.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부분은 (투자) 해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나 AI 등 신 산업 부문에 대해서도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수준을 파악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차 원장은 기술 확산을 위해 경기도와 정부 등 정책 기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빠르게 기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러한 노하우를 계속해서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차 원장은 "기술 확산을 하려고 할 때 부딪히는 정책들이 매우 많다. 자율주행협력버스만 해도 위험성을 고려해야 하나, 기술 초기에는 문제도 생긴다. 판타G버스의 경우 관련 버스 보험 상품을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이 과정만 2년이 걸렸다"며 "기술 확산을 위해서는 여러 경험을 많이 하며 노하우를 축적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혜나 예외만 아니면 작은 부분이라도 도전하고 실험하도록 제도적 보완,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차석원 원장은?

1971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대외부학장,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부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산업기술지원단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대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 센터장, 제10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연료전지,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제조, 에너지·환경 등 폭넓고 다양한 융합연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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