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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인권 무시… 죽음 몰아간 대표·이사 해임해야"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3-10-10 19:53 수정 2024-02-06 14:37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한 A씨 업체 진상규명 처벌 촉구 기자회견
10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이 A씨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중부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A씨의 남편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3.10.1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장애인 차별 철폐에 가장 힘쓰셨던 사람 중 한 분인데…."

인천 연수구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팀장인 A(52·여)씨는 지난 4일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10월10일자 6면 보도="장애인단체 직장내 지속적 괴롭힘"… 유족·노조, 가해자 처벌 요구 나서). 인천에서 십여 년 넘게 장애인 인권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과 민주노총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이하 노조)이 공개한 고인의 유서에는 대표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고인은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 인천에서 장애인 인권운동을 벌여온 인권운동가였다. 2006년 인천에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처음 생겼을 당시 초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특히 중증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인천에서 처음 시범 운영될 수 있도록 힘썼다고 한다.

고인은 인천장애인교육권 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며 장애인 교육 예산 확보와 특수학급 확충에도 앞장섰다. 고인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지역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노조, 진상·책임자 엄벌 등 촉구
197개 시민단체, 법인 해산 진정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인천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 고인의 후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강단 있는 성격의 고인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10일 인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남편 계율씨는 "아내는 누구보다도 장애인들을 사랑하고 배려했던 사람"이라며 흐느꼈다.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연수구의 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일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해 왔다"며 "부디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해 죽음으로 몰아간 대표와 이사를 해임시켜 달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한 장애인 단체 등 전국 197개 시민사회단체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과 해당 기관의 법인 해산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인일보는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기관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해당 기관의 대표 등은 "정당한 업무지시였을 뿐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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