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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下)] 수도권판 'D-티켓' 위해 필요한 3가지

박경호·이영지
박경호·이영지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3-10-17 21:02 수정 2024-10-16 19:28

입법화·행정기구·재정지원… 정부가 주도해야 주민삶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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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지하철 유반(U-Bahn) 내부 풍경. 유반은 1902년 처음 개통했다. 베를린/김명래기자problema@kyeongin.com
 

"자가용은 짐 나를 때만 이용해요." "새 차 살 마음이 없어졌어요." 세계 최대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 시민들은 월 49유로(약 7만원)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 도입 5개월 만에 이같이 생각이 바뀌었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시민들을 만나 나눈 대화에선 '기후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에너지 위기' '난민 유입과 부동산·물가 상승' 같은 주제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독일뿐 아니라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 등 유럽 전역에서 대중교통 할인권 또는 교통보조금, 나아가 무상교통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 '생활권역 중심' 기반 후 실시
전문가, 통합운영 등 우선 논의 제언


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으로 월 6만5천원짜리 무제한 정기권 계획을 발표한 것도 독일 D-티켓 도입 취지와 다르지 않다. 한국 수도 서울이 먼저 카드를 꺼냈으니 수도권 너머 전국으로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대중교통 사용액 환급 제도 'K패스'를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516억원)를 편성할 방침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서울시가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부정적이다. 기후동행카드는 공동생활권인 서울·인천·경기 연계가 핵심인데, 인천시와 경기도는 지역 간 출퇴근 인구 등 이동량, 추가 예산 부담 규모 등도 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급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한 탓에 인천시·경기도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 1~5월 서울 내에서만 추진하는 시범 사업에 약 75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17일 경기도는 기후동행카드 대신 전국 범위의 대중교통비 환급 제도인 'the 경기패스' 도입 구상을 별도로 내놨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입에 앞서 안정적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화',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를 통합 운영할 권한을 가진 '행정기구'와 '국가 재정 지원' 등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모델로 제시한 독일은 제도적(지역화법 개정)·행정적(광역교통행정기구 운영)·재정적(연방정부 보조금) 기반부터 갖춘 후 D-티켓을 시행했다.

독일의 D-티켓 입법 사례를 연구한 안성경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법학 박사)은 "독일은 행정 단위가 아닌 생활권역을 중심으로 대도시의 광역통합교통 체계를 운용해 D-티켓 같은 요금 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한국도 대중교통 통합 할인권을 도입하기 위해선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분담 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D-티켓 이전부터 '기후티켓'(Klimaticket·365유로 티켓) 도입을 주장해온 환경단체 DUH(Deutsch Umwelthlife·독일환경지원) 한나 하인(Hanna Rhein)은 "한국이 D-티켓을 추진하려면 매력적인 티켓 가격이 우선"이라며 "독일처럼 중앙정부가 우선 도입 여부를 깔끔하게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적 근거·예산분담 등 수립 필수
자동차 증가에 시행 여부 중재부터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대중교통망은 점점 촘촘해지고 있지만, 자동차 또한 계속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년 전국 교통량 조사 통계'를 보면 전국에서 교통량(임의 지점 1일 교통량)이 가장 많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하남~퇴계원 구간 교통량은 2021년 20만8천292대에서 2022년 21만6천198대로 3.8% 늘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서운~안현 구간도 2021년 19만4천558대에서 2022년 21만2천713대로 9.3% 증가했다. 2020년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하루 대중교통(교통카드) 이용자는 730만명 규모다.

앞선 베를린 사례(10월16일자 3면 보도=[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上)] 베를리너 일상 바꾼 D-티켓… 사회 반경 넓어져)에서 보듯, 수도권에 D-티켓처럼 파격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이 도입되면 주민 삶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데다 가계 지출에서 교통비 비율이 큰 여성, 청년, 저소득층 등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교통비 부담으로 걸어 다녔던 베를린 시민들은 D-티켓으로 대중교통을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 → 관련기사 3면([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下)] '동백패스' '행복버스' 그리고 수도권 과제)

베를린/박경호기자, 이영지 수습기자 pkhh@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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