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자' 부산 두달새 20만 가입… 취약지역 달리는 버스 필요
지난달 18일 부산 연제구의 한 버스정류장. 부산시가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대중교통 통합 할인제 '동백패스'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2023.9.18 부산/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
■ 두 달 만에 20만명 가입 '동백패스'
부산시 동백패스는 부산 내에서 월 4만5천원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그 초과 금액을 최대 4만5천원까지 환급하는 제도다. 동백패스 기능이 있는 후불 체크카드(교통카드)를 쓰면 되고, 환급금은 부산시 전자식 지역화폐 '동백전'으로 들어온다. 대중교통비 할인과 역내 소비 증진을 연계한 게 동백패스 특징이다.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만난 이현경(30)씨는 "매달 6만~7만원을 대중교통비로 지출하는데, 동백패스를 처음 쓴 지난달 1만5천원을 동백전으로 돌려받았다"며 "동백전을 자주 쓰는 사람에겐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동백패스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향상이다. 부산시는 수십 년째 40%대에 머물고 있는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동백패스로 6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실제로 동백패스 가입자는 9월 말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가입 목표는 30만명인데, 2개월 만에 목표치 3분의 2를 달성했다. 부산시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마련한 동백패스 환급액은 338억원이다.
부산시가 동백패스 시행 전후 대중교통 통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통행 건수는 6천10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천800만건보다 5.5% 증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승객이 대폭 줄어들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분야에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시민들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객이 증가한다면 재정지원금을 감소하고, 예산 부담이 상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백패스는 부산시 안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광역 단위로 대중교통 환승 체계가 움직이는 수도권 통합 정기권 구상과는 다르다.
부산연구원 이원규 도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은 경남 김해·양산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엮이긴 하지만, 부산~김해·양산 간 대중교통 왕래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도시 내부 통행뿐 아니라 서울 등 외부 통행량이 많은 인천시·경기도의 경우 개별 지자체가 대중교통 할인 정책을 도입하면 혜택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등 수도권 대중교통 할인 정책이 온전한 효과를 보려면 광역 간 협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산골 마을 주민의 발 '행복버스'
충남 당진시는 2015년 전국 처음으로 교통 취약 지역에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행복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7인승 승합차 3대가 당진 대호지면 전 지역과 정미면 대조리·수당리를 대상으로 운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열 가구 안팎이 사는 산골이 많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인 데다 버스정류장이 멀어 시내버스를 타는 데만 1~2시간씩 걸린다고 한다.
행복버스 운행 방식은 단순하다. 행복버스를 이용하고 싶은 주민이 지정된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버스 기사에게 연결돼 탑승지로 찾아가고, 인근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려주는 방식이다. 행복버스 요금은 시내버스와 동일한 1천600원이다.
운행 8년째인 행복버스는 당진 산골 마을 주민들에게 없어선 안 될 교통수단이 됐다.
지난달 26일 당진 대호지면을 찾아 행복버스를 타고 운행 지역 곳곳을 둘러봤다. 행복버스가 꼬불꼬불하고 좁은 산길을 곡예 운전하듯 지나자 듬성듬성 민가가 보였다. 고령층 7~8가구가 모여 사는 '안말'이란 마을인데, 행복버스가 하루 한 번은 꼭 들르는 동네라고 한다.
이날 동행한 행복버스 기사 김명호씨는 "승객 대다수가 고령이고, 많게는 90세 어르신도 있다"며 "애초 취지는 버스정류장까지 태우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을 농협, 병원, 면사무소 등 원하는 곳까지 모신다"고 말했다. 또 "마을 어르신이 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시내로 나가려면 하루를 꼬박 썼어야 했는데, 이젠 행복버스를 부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당진시는 수요가 적은 시내버스 노선에 손실보전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성격의 '노선형' 행복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당진시 307개 시내버스 노선 가운데 61개(19.5%) 노선이 해당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당진시 행복버스 운영·지원 예산은 9억1천만원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섬에서 연도교를 건너 다른 섬 선착장으로 이어주는 방식의 행복버스도 있다"며 "농어촌 특성에 맞는 대중교통 운영 방식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충남 당진시 대호지면 면사무소 인근에서 교통 소외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행복버스' 기사 김명호 씨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2023.9.26 당진/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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