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 콘셉트+스토리 더해진 일상… 농촌 홍보 프로젝트 '강력한 한방'
일본 구마모토현의 상징 '쿠마몬'. 2023.10.2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2010년 6월 29일 일본 야구의 성지 고시엔구장 내에 검정색 곰 형상의 캐릭터가 담긴 광고 간판이 내걸렸다. '신칸센을 타고 구마모토로!'라는 문구도 함께 삽입됐다. 일본을 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구마모토현의 캐릭터 '쿠마몬'이 대외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이듬해 3월 규슈 신칸센 전면 개통을 앞두고 구마모토현은 종착역 선정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지역 홍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규슈 지방의 중앙부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농업이 주된 산업으로 자리잡은 지역이다.
이곳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고 구마모토현 관계자들은 고민 끝에 캐릭터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렇게 신칸센 개통 1년 전인 2010년 3월 '구마모토 서프라이즈'라는 슬로건 아래, 곰을 뜻하는 '쿠마'와 사람을 지칭하는 '몬'이 결합한 쿠마몬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구마모토현 츠루야백화점 1층에 마련된 '쿠마몬 스퀘어'에선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쿠마몬이 등장해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일에도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 온 자국민을 비롯해 한국과 태국, 홍콩, 호주 등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공연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대도시인 오사카를 중심으로 홍보 전선에 뛰어든 쿠마몬은 직접 도시 곳곳을 활보하며 대중과의 스킨십에 나섰다. 지역 축제 현장에 어김없이 쿠마몬이 등장했고 강렬한 팬서비스로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대중과의 접점을 늘렸다. 귀여운 외모와 재미난 몸짓뿐 아니라 사소한 동작에서 비롯되는 매너와 배려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고도의 전략은 대중에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1일 구마모토역 광장에서 열린 축제 현장에는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모여 쿠마몬 공연을 함께했다. 2023.10.2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쿠마몬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2010년 10월 쿠마몬을 특명 전권대사로 임명했다. 캐릭터 개발 당시부터 의인화 콘셉트를 통해 곰 인형이 아닌 쿠마몬 그 자체였던 설정을 이어가 캐릭터에 스토리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바시마 지사는 신칸센 개통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쿠마몬에게 '오사카에 가서 명함 1만 장을 뿌리면서 구마모토의 매력을 알리고 오라'는 미션을 부여하는가 하면, 실종된 쿠마몬을 찾아달라는 기자회견 설정의 영상까지 제작하는 데 동참하며 쿠마몬 홍보에 앞장섰다.
대사 임명 1년 만에 쿠마몬의 홍보 실적과 성과를 평가해 지사·부지사 다음 지위에 해당하는 영업부장 위치로 초고속 승진까지 시킨 뒤 간부회의에도 쿠마몬을 참석하게 했다. 스토리가 더해진 쿠마몬의 일상은 그 자체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고 인기는 날로 급상승했다.
지난 20일 오후 '쿠마몬 스퀘어'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쿠마몬을 보며 방문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이와 함께 각종 지역 특산품 포장에도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를 삽입,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쿠마몬을 보기 위해 구마모토를 찾는 관광객은 급증했고 캐릭터 관련 상품도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쿠마몬이 본격 활동을 시작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쿠마몬으로 인해 발생한 매출 규모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구마모토현 관계자는 전했다. 캐릭터 하나가 지역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셈이다.
쿠마몬을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구입할 수 있는 '쿠마몬 빌리지'에는 무려 1천 종류의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쿠마모토현에서 쿠마몬을 전담하는 부서인 '쿠마몬 그룹' 소속 카미타비라 시게토 과장보좌(왼쪽)와 히로유키 타케다 주임. 2023.10.20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지난 21일 마모토역 광장에서 열린 지역축제 현장에서 한 어린 아이가 얼굴에 빨간 스티커를 붙이며 쿠마몬 분장을 하고 있다. 2023.10.21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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