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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데 소설 한편 읽은 듯… '일본의 젊은 거장' 특별상영전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3-11-08 19:44 수정 2024-02-07 14:58

질문 듣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YONHAP NO-1923>
지난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모습. /연합뉴스
15~24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전'
문학적 대사·침묵 속 은유 돋보여
수원시미디어센터 예매 무료 관람

"좋은 문학 작품 한 편을 읽은 기분." 은연중 영화보다 문학을 우위에 두고 있는 듯한 한 줄 평. 영화감독에겐 상찬일까 혹은 모독일까. 의미는 발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영화계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44) 영화를 향한 대중의 평가엔 순수한 감동의 의미가 담겼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지난 2021년 개봉한 '드라이브 마이 카'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하다. 당시 봉준호 감독이 극찬해 주목받은 점도 한몫한다. 장면을 가득 채운 빽빽한 대사, 문득 찾아온 침묵 속에 깃든 은유, 긴 러닝타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잘 쓴 소설 속 큰따옴표에 담긴 말과 상황 묘사를 영상으로 구현한 듯한 그의 영화에 관객들은 '문학'이란 감탄사를 내뱉는다. '화자'들은 대개 정서적 결핍을 지닌 현대인들이다. 이들의 상실감과 공허함을 채우는 건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행위다. 그의 영화는 이런 언어의 속성을 파고들며 무수한 사연에 드리워진 진실에 도달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왼쪽)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오른쪽) '우연과 상상(2022)' 스틸 장면. /다음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는 대사의 양도 많고 내용도 일상적이지 않다. 자칫 지루할 거란 예상과 달리, 문장과 문장이 유기적으로 오가는 덕분에 관객은 하품하는 대신 숨을 죽이고 집중한다. 특유의 문학적인 대사는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구분 지으며 뜻밖의 묘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한층 특별함을 더하는 건 형식적인 독창성이다. 잔잔한 플롯과 전형에서 벗어난 형식이 맞물려 자아낸 대비는 완성도를 높인다. 연극적인 요소가 담긴 연출, 같은 상황을 다른 대사로 되풀이 하는 시퀀스, 소설을 낭독하는 긴 신 등은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다.



내용과 형식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하마구치 류스케. 그의 주요 작품들을 연달아 감상하며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특별 상영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전'이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한옥형 상영관 수원시미디어센터 수원시네마테크에서 열린다.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전' 상영 일정표. /수원시미디어센터 제공

장편 데뷔작 '열정(2008)'을 비롯해 옴니버스 영화 '우연과 상상(2021)', 평단에 이름을 알린 '해피아워(2015)', 하마구치 류스케 작품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드라이브 마이 카(2021)'가 상영된다. 정지혜·홍은화·윤아랑 영화 평론가가 각각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자리도 마련됐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OTT에 없거나 OTT로 장시간 집중하며 감상하기에 힘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열정'은 현재 상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이 없다. 5시간 28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해피아워'는 상영이 시작되고 2시간 30분 뒤 한 차례 인터미션을 가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전' 관람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상영 일정 확인과 영화 예매는 수원시미디어센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5
왼쪽 '해피아워(2021)', 오른쪽 '열정(2008)' 포스터.

하마구치류스케
(왼쪽)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오른쪽) '우연과 상상(2022)' 포스터. /다음 영화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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