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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곳 없고 계획도 없어…" 인천기업 '탄소국경' 무방비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3-11-27 20:36 수정 2024-02-12 15:31

[새로운 무역장벽 '탄소중립'·(上)] 인천도 대응해야 한다


A철강, 독일 고객사 자료 요구에
환경부 지원기관 찾아가니 '공부중'
301곳 조사 '대응할 계획' 1% 불과
"중기 정보 한계, 지자체 도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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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중소 수출기업들은 최근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무방비 상태다. 대응 의지가 있어도 관련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대응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경인일보DB

인천의 중소 수출기업들은 최근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에 무방비 상태다. 대응 의지가 있어도 관련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대응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공식 발표한 이후 EU 쪽 바이어들은 국내 거래 기업에 '탄소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실효 있는 지원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방문한 인천 남동구 A철강 직원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방안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회사는 최근 독일의 한 고객사로부터 탄소 배출량 측정 자료를 요구받으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 영향권에 포함됐다.



A철강 관계자는 "최근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관련 교육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하며 '탄소저감' '탄소 배출량 산정' 등이 적힌 책자를 꺼내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탄소 중립, 탄소 배출량 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각종 교육에서 알려주는 기본적인 탄소 배출 계수(공식)만으로는 실질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달 환경부가 수출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지원한다며 서울 중구에 마련한 'EU CBAM 헬프데스크'에도 직접 다녀왔다. "헬프데스크 직원들도 환경부가 만든 두꺼운 가이드라인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본인들도 (탄소 배출량 산정 방식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제가 거기서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이 회사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공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대략 1만4천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가량. 10억원을 들여 1메가와트(M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1년에 500tCO2-eq 정도의 배출량만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어찌됐든 저희는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지 않으면 회사가 살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교육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 중소기업 대부분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다. 올해 초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 특성 및 탄소중립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인천지역 제조업체 상당수가 탄소중립 대응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제조업체 301곳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탄소중립 대응 계획' 여부에 대해 58.8%가 '지금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가 33.9%로 뒤를 이었다. '지금은 없으나 나중에 수립할 예정이다'가 6.3%였고,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1%뿐이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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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대응 계획 수립을 하지 못했거나 앞으로도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44.6%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기타'(33.7%), '자금 및 인력 부족'(14.5%), '검증된 기술이나 설비 부재'(7.2%) 등 순이었다.

김기만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U를 중심으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영문 형태로 돼 있는 실정"이라며 "대응 능력이 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이미 시행된 상황에서 중소 수출기업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무방비로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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