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유치원 교실 CCTV 의무화' 논쟁 "아이들 표현 서툴기에" vs "불신의 교육현장 될것"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3-12-20 20:33 수정 2024-01-10 09:05

경기도내 설치율 사립 96.77%·공립 2.83%… 유보통합 추진속 쟁점

"교사도 의심 받는 상황 피할 수 있어"… 전문가 "상생방안 모색해야"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유보통합이 첫걸음을 뗀 가운데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영유아보호법' 개정으로 교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과 같이 유치원 또한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일 김병욱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남구·울릉)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국 국·공립 유치원의 교실 내 CCTV 설치율은 6.37%로, 경기도 내 공립유치원의 경우 설치율이 2.83%에 불과했다.

반면 전국 사립유치원의 교실 내 CCTV 설치율은 90.17%, 경기도 사립유치원은 96.77%로 국·공립 유치원의 교실 내 CCTV 설치율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관련법 개정으로 CCTV 설치 의무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찬성 측은 교실은 공적인 공간이며, 유치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사표현을 완전히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교실 내 CCTV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들의 생활사고와 아동 간의 갈등 같은 문제들이 유치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교실의 CCTV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곳은 공적인 공간이고, 교사들이 의심받는 억울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교사의 수업자율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며 유치원이 '불신의 교육현장'이 될 것을 우려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30대 A씨는 "CCTV를 설치한 유치원에선 원장선생님이 수업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교사에게 수업은 고유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영역인데 수업자율권을 침해받는 것"이라고 말했고,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사와 유아의 인권침해 우려 및 상시 감시하에 수업이 이뤄지는 불신의 교육현장이 될 수 있다"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은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CCTV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유보통합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유치원 교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를 공론화시켜 이해당사자 모두가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만 경남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보통합으로 유치원에도 CCTV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은데 원장,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상생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논의의 중심에 아이들을 두고, 아동학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유치원의 운영 전반과 아이들의 안전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