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정원 미달 속 깊어지는 ‘노동 강도 늪’… 헤어나오지 못하는 급식실 조리사들

목은수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입력 2024-01-09 17:53 수정 2024-02-03 17:06

신규 공고 채용에도 불구, 결원 자주 발생

대체 인력 뽑지만, 배식시간은 그대로

결국, 기존 인력 업무만 늘어나 ‘도돌이표’

급식노동자관련 모자이크필 (4)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내 한 학교 급식조리실에서 조리원들이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 2023.12.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 내 학교 급식조리실이 만성적인 정원 미달상태에 처했다. 높은 노동강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급식조리실이 지속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기 위해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도내 조리실무사 정원은 1만1천780명이다. 그러나 실제 채용된 인원은 1만1천413명에 그친다. 367명가량이 미달상태로 전체 정원의 약 3%를 차지한다. 교육공무직인 조리실무사는 교육지원청별로 채용하는데, 지원청 별 정원이 1천명이면 30명 정도가 미달 상태에 놓인 셈이다.

조리실무사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건 이미 만성적인 문제다. 일선 교육지원청들은 지난해 9~15차례씩 추가 신규채용 공고를 내고도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 지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새로 모집하더라도 금방 결원이 생겨, 신규채용 때마다 필요한 인원의 1.5배만큼 모집하지만, 이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거의 매달 신규 채용이 진행되는 터라 사실상 상시모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정원을 채우는 건 일선 학교의 몫이다. 학교는 부족한 정원만큼 임시직 형태인 ‘대체인력’을 뽑는다. 대체인력까지 모집하면 실제 정원을 맞추기도 하지만, 현장에선 사람만 채운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해진 정원과 맞춰야 하는 배식시간은 그대로인 탓에 대체 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기존 조리실무사의 업무 강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의왕시에 있는 한 학교는 조리실무사 정원 18명 중 3명이 수개월 간 대체 인력으로 채워졌다. 해당 학교에서 만난 영양사 A씨는 “3명이 1~2일 만에 관두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다 보니, 남은 분들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조리실은 배식시간을 맞추기 위해 늘 시간에 쫓기는 공간인데, 대체 인력이 많다고 해도 점심급식을 새벽부터 준비할 수도 없으니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처럼 급식실이 기피 공간이 된 이유로는 높은 노동강도와 위험한 일터가 꼽힌다. 도교육청이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3년 6월까지 학교급식 노동자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1천121건에 달한다. 조리실무사 B씨는 “빠르게 일하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합이 맞는 게 중요해 주변 지인들에게 권하곤 했지만, 지금은 일이 너무 힘들고 다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선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노동조합은 주장한다. 김한올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산업재해 중에서도 급식실 노동자들이 많이 겪는 근골격계질환은 작업 강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서 “급식실 노동자들의 1인당 식수인원이 공공기관 평균보다 과도하다는 걸 수년째 말하며 정원을 늘릴 것을 요구함에도 변하는 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운영방식, 배식방식 등의 차이가 있어 인원수만으로 비교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조리실무사 정원과 배치기준은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