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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인데 겸업도 못해… 방학땐 '굶는' 급식노동자

조수현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입력 2024-01-18 19:46 수정 2024-02-20 14:32

2개월 쉬지만… 학교 대다수 불허
학비노조 설문 87%가 "겸업 필요"
"이권개입 차단 조항 그대로 적용"
도교육청 "교장 권한… 지속 협의"


성남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2개월여의 겨울방학이 반갑지 않다. 급식실 운영이 멈춤과 동시에 근속수당 정도 말고는 사업주인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소일거리를 찾아 생활비를 벌 수도 없다. 방학 중 다른 일을 못 하게 학교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1월 초 다른 기관 급식실에 10일가량 대체 근무 자리가 있어 학교에 겸업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겸업 중 다치면 방학 이후 학교 근무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난방비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생계에 영향이 있는데,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해지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폐암 등 산업재해 위험이 잇따르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도 모자라(1월9일자 1면 보도=공포의 급식실… "연기에 머리가 지끈, 심한 날은 두통약 먹어요" ), 방학도 사실상 '무일푼' 처지라 맘 놓고 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이하 학비노조)가 이달 9~14일 도내 학교 급식실 종사자(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원 등) 3천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 중 2천910명(87.8%)은 방학 중 겸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들 요구와 달리 실제 겸업을 하기는 녹록지 않다.

학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설문조사에서 겸업 허가서를 낸 경험이 있는 247명 중 158명(64%)만 허가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한 허가서를 내기 전에 학교 측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겸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희원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공무원 이권개입을 막기 위해 만든 겸업 금지 조항을 임금에도 차별을 겪는 교육공무직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방학 때 급여가 없는 노동자들을 학교장 재량으로 막아서면 도대체 어찌 살아가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도교육청이 겸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유급 형태의 교육과 같은 대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생계대책을 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방학 중 겸직은 사안이 각기 개별적이어서 학교장의 판단 권한에 두는 것"이라면서도 "조리종사자의 방학 중 근무일수와 유급교육 일수를 확대하기 위해 노조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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