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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식당 사장님들의 눈물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4-02-22 19:57 수정 2024-02-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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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Mukbang)의 원조국답게 공민영 방송 채널을 돌릴 때마다 십중팔구 음식 예능프로그램을 만난다. 그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폐업 직전의 음식점을 전문적인 조언으로 소생시켜주는 방식으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최근엔 한 종편채널에서 '장사의 신'이 '폐업탈출 대작전'을 지휘한다.

'장사천재'와 '장사의 신'의 노하우를 받으려면 식당 주인은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대중에게 노출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서사가 맛, 청결, 장사태도가 전부 엉망인 주인 개조 프로젝트라서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은 출연자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장사고수들의 설루션으로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인민재판이라도 마다 않을 식당 주인들이 줄을 설 것이다. 대다수 식당 사장님들은 절박하다.

식당 자영업자들이 사면초가다. 겨우 밥벌이를 할 정도의 손바닥만한 식당에도 거미줄 같은 이익 착취 구조가 작동한다. 음식점은 서민 밥벌이의 최종 수단이다. 대출로 시작한다. 은행은 정부 눈치 보며 이자 일부를 돌려줄지언정 금리 인하에 인색하다. 배달플랫폼은 최악이다. 식당들이 배달망에 갇히자 본색을 드러낸다. 배달 플랫폼에서 1만원 짜리 음식 주문을 받으면 주인 몫이 5천300원뿐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음식점 노출을 무기로 고액 수수료 서비스를 강제하는 식이다.

정부는 정책과 규제로 식당 사장들을 골탕먹인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서 상당수 식당 주인들이 나홀로 노동 지옥에 처박혔다. 촉법소년을 벼슬로 아는 악동들은 술 팔았다며 식당 주인에게 금품을 갈취하거나 영업정지를 먹인다. 식당 사장님들은 장사고수보다 정부의 설루션을 학수고대한다. 경기회복과 금리인하, 배달업체의 독과점 횡포 규제, 물가관리, 영업정지 제도 개선 등 자영업자 숨통을 열어 줄 설루션이 널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위조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 당한 치킨집 사장님의 현장 민원을 듣고,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식약처가 기계적인 법집행 자제를 당부하는 공문을 하달하는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성실한 신분증 검사를 증명하지 못한 치킨집 사장님의 영업정지는 풀리지 않았다. 대통령의 지시도 안 먹히는 현장 행정이라니, 경이적인데 정의로운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이 작심하고 식당 사장님 눈물을 훔쳐 줄 정책을 다부지게 밀어붙일 계기가 됐으면 한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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