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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은 커녕 원금도 안줘" 노인 노리는 생활정보지

김지원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입력 2024-03-11 21:09

"광고로 수십배 되돌려준다" 주장
공동발기인 명목 수천만원 받기도
대다수 고령층… 사업구조 잘 몰라
업체 "계약때 원금보장 불가 안내"

전국을 무대로 활동 중인 한 생활정보신문업체가 광고수익금을 나눠주겠다며 노인들을 끌어모은 뒤 수익금은커녕 애초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낸 사업자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다단계 조직 의혹을 사고 있다.

11일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수원지역 번화가 곳곳에서는 최근 들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광고책자가 꽂힌 간이 가판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자엔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지역 자영업자들의 명함이 인쇄돼 있다. 한 부에 1천920만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광고지 내에 대부분은 공란이다.

해당 책자를 발간하는 업체는 5개 이상의 법인을 운영하는 A생활정보신문업체(이하 A사)로 서울과 대구는 물론 수원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영업 중이다. A사는 책자 발간 사업의 회원을 모집 중인데, 이들에게 투자자가 아닌 '공동 발기인'이라며 수십만원의 가입비와 함께 제작·홍보비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70대 회원 B씨는 "제작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광고 수익금으로 수십 배의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교회 목사의 추천으로 다수의 신자가 가입했다"고 귀띔했다. 회원 대부분이 B씨와 같이 지인의 소개로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파악된 회원만 대략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해당 책자의 공동 발기인 명목으로 가입하는 회원들의 대다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계약서에는 '충분한 교육을 받고 이해했으며 추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항 등이 담겨있지만, 정작 사업의 수익구조 등을 이해하는 회원은 거의 드물었다. 특히 일부 회원들은 탈퇴를 요구하며 가입비 등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거절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대략 1천만원을 사업자금으로 입금했다는 70대 회원은 C씨는 "처음 제작비를 소액 입금했을 땐 수익금을 일부 지급해주더니 고액을 입금하자 지급이 미뤄졌다"면서 "수상함을 느껴 원금만이라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A사 측은 회원들이 입금한 제작비 등은 정당하게 사용됐고 계약 당시 원금보장은 불가하다는 내용은 이미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A사에서 일하는 편집부장은 "광고수익금은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제작과 관련된 일체를 위임하겠다는 합의서도 가입 당시 작성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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