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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홈페이지 이름 내려달라"… 좌표찍기 두려운 공무원

조수현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입력 2024-03-11 21:05 수정 2024-03-12 09:13

성명·직통번호 공개 법적의무 아냐

"정당한 민원 위해 필요" 옹호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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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찍기와 민원폭주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김포시 공무원 A씨의 추모공간에서 동료직원과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4.3.7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온라인상 불특정 다수에 실명과 직통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공개된 김포시 9급 공무원이 항의전화에 시달리다 숨진 이후,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해 지자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신상정보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월 5일 온라인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외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정부기관은 악성민원과 부정 청탁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공무원도 악성민원과 부정 청탁에 똑같이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알 권리보다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반면 타 기관보다 밀접하게 시민과 맞닿은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현 수준의 정보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11일 경기도 내 지자체들에 따르면 숨진 공무원 A(37)씨가 소속된 김포시를 비롯해 도내 대다수 지자체는 홈페이지에 직원들의 이름과 업무, 직통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담당자를 명시해 민원실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대면 업무뿐 아니라 전화 등 비대면 업무에서도 시민의 삶과 밀접한 민원업무를 효과적이고 속도감 있게 수행하겠다는 취지에서 신상정보 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공무원의 이름과 직통번호 등을 공개해야 하는 법·제도적 의무조항은 없지만, 관행적으로 이러한 방침을 이어오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신상정보 공개는 기관마다 업무특징을 파악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지자체는 대민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는 곳이라서 신상정보를 부득이하게 공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 등의 기관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관련 청탁이나 불필요한 민원 때문에 고충이 있었고, 이에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부터 부서별 대표번호와 주요 업무사항만 공개하고 있다"며 "감사원과 국세청 등이 시행 중인 걸 고려해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신상정보의 무분별한 노출로 악성민원 피해를 겪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원담당자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A씨는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밤 포트홀 보수공사에 따른 차량정체와 관련, 인터넷카페에 실명과 직통전화번호 등이 공개돼 민원 폭주를 겪어야 했다.


경기남부 한 지자체 민원담당 공무원은 "이름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면 부서를 옮긴다 해도 악성민원인의 보복이 돌아올까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름과 직통번호를 비공개하거나 이름 중 일부라도 가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정공무원 특성상 신상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량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건 시민들에게 원활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당한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지나칠 정도로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는 공무원의 권리구제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를 공개하고, 공무원의 사생활은 지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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