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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관, 미스테리한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 ‘사중구생’ 국내 유일 소장본 공개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04-04 11:44

외국 원작, 번역자 불명…‘딱지본’ 한 권만 남아

애상, 눈물 등 통속적 다른 딱지본 소설과 달라

프랑스 혁명기 처형 직전 인물 심리 묘사 눈길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 ‘사중구생’ 표지.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 ‘사중구생’ 표지.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원작도 번역자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외국 소설의 국내 유일 딱지본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오는 6월30일까지 문학관 본관 1층 로비에서 ‘2분기 작은 전시’를 통해 국내 유일 소장본 ‘비극소설 사중구생(死中求生)’ 실물을 전시한다. 1935년 성문당서점에서 딱지본 형태로 발행된 이 작품은 현재 한국근대문학관만 소장하고 있다. 딱지본은 울긋불긋한 표지가 딱지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과거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대중과 부녀자를 주요 독자로 발행한 책을 가리킨다.

‘사중구생’은 번역 소설이다. ‘알츠이빠세푸’라는 원작자 이름이 표기돼 있으나, 그가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며, 번역자 또한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소설은 18세기 프랑스 혁명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원작은 프랑스 소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국근대문학관 측은 설명했다. 작품 내용을 놓고 봤을 때 원작의 전체가 아닌 일부 장면만을 옮긴 발췌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 ‘사중구생’ 1쪽.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 ‘사중구생’ 1쪽. /한국근대문학관 제공

이 작품은 전체 64쪽, 200자 원고지 약 140장 분량으로 얇다. 늦은 밤부터 다음날 주인공이 처형되는 정오 무렵까지 10~12시간에 걸친 이야기다. 혁명의 반대파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돼 단두대형을 받는 주인공이 자신의 죽음까지 과학 실험에 바친다는 줄거리다.

딱지본으로 발행된 ‘사중구생’은 여러 모로 이례적인 작품이다. 줄거리와 사건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거나 애상과 호소, 한숨과 눈물이 흘러넘치는 일제강점기 딱지본 소설의 특징이 일체 나타나지 않는다. 전형적 딱지본 대중 소설의 면모 대신 등장인물들의 치밀한 심리 묘사가 작품 전반을 채우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함태영 박사는 “특정 장면만 따서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겉모습은 대중소설이지만, 사실상 이광수 소설처럼 순문학 소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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