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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다 무서운 돈… 난연소재론 5분밖에 못 버틴다

김동한
김동한 기자 dong@kyeongin.com
입력 2024-04-28 19:36

전통시장 화재방지책 실효성 논란 


내달 '비 가리개 안전시설' 의무화
내구연한 지난 건 교체 규정 없고
화재엔 역부족… 상인 설득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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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에 설치된 비가리개. 난연재료가 아닌 천막 소재 비가리개를 사용하고 있다. 2024.4.22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반복되는 전통시장 대형 화재를 막기 위해 난연재료로 아케이드를 제작해야 한다는 방침이 발표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연재료론 화재를 차단하기에 부족하고, 이미 내구연한이 지난 아케이드에 대한 교체 규정은 없어 위험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서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전통시장 내 '비 가리개 및 안전시설' 설치시엔 난연 등급 이상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화재로 전통시장이 일시에 전소돼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상황을 막고, 많은 손님이 찾을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화재 위험성을 크게 낮추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대체로 화재 발생시 5분 동안 버틸 수 있는 소재인 난연재료는 화재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3월 인천 동구 현대시장 대형화재시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의 아케이드로 인해 피해가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중기부에 따르면 이런 PC 재질도 성능에 따라 난연재료로 분류되는 게 있어 사용 가능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교수는 "화재를 막으려면 가장 좋은 건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를 쓰는 것"이라며 "보완이 필요한 상황인데 비상 대피로, 소방 시설 등 다른 안전시설을 완전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내구연한이 지난 아케이드는 언제든 화재 위험성이 커 교체가 시급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아케이드 교체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대체로 전통시장 아케이드는 PC 형태로 제작돼 있는데, 이들 아케이드의 내구연한은 10년이다. 현재 경기도청에 따르면 도내 전통시장 156곳 중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은 83곳이다. 이 중 내구연한이 도래한 시장은 39곳에 달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개정 시행령엔 그런 내용이 없지만 지자체에 (교체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아케이드 설치 및 교체는 전적으로 상인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지원책은 있지만, 사업 비용, 상인 설득 등 여러 이유로 아케이드 설치 및 교체가 어려운 사업이라는 게 상인회의 설명이다.

5년여 동안 아케이드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200m 구간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억원에 달한다. 인건비가 많이 오른 것도 부담"이라며 "비용도 문제인데, 설치하는 동안 장사를 못하니 상인들의 동의 구하기도 어렵다. 안전하고 쾌적한 전통시장 만들기가 참 어렵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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