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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매년 3천건 넘는데… '상처받은 아이'에 기관들 의견 충돌만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4-05-06 19:07 수정 2024-05-06 19:13

인천형 아동학대 대응 체계 필요성


인천 군·구 전담공무원 60명 불구
잦은 야근·민원에 버텨내질 못해
처우 개선·법률 지원 매뉴얼 추진
경찰과 함께 근무 종합대응 마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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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천시 남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아동학대로 사망한 초등학생 A(12)군의 빈소가 마련돼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에서 최근 3년간 접수된 아동학대 관련 신고는 약 3천 건에 달한다.

아동학대 징후 등이 확인되면 각 군·구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학대예방경찰관은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담당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 미흡한 협력 체계 등으로 아동학대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못 버티고 떠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인천에서는 2020년 3천99건, 2021년 3천720건, 2022년 3천157건 등 매년 3천 건 이상의 아동학대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각 군·구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즉시 피해 아동과 가해자 분리 조치, 현장 조사, 응급 보호, 상담 등을 진행한다. 인천 군·구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난해 기준 총 60명이다. 미추홀구와 서구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고 부평구(9명), 연수구·남동구(각 8명), 계양구(5명), 중구(3명), 동구·옹진군(각 2명), 강화군(1명) 순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1명의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인천은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인천 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가뜩이나 예민한 사안을 다루는데 야근이 잦고 관련 민원에도 시달리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가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전담공무원은 초동 대응에 나선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 보호 등을 담당하고, 학대예방경찰관은 수사 연계 등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은 학대의 경중을 판단해 후속 조치를 결정하는데, 담당자들끼리 의견 상충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인천의 또 다른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군·구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학대예방경찰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사안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며 "구청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기관끼리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문제 등이 발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인천시와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머리 맞대야"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처우 개선과 각 기관의 협력체계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올해 초 발표한 '아동학대 공공 대응 매뉴얼 개발' 연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인력 보강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광역 단위에서 사례 관리 판단 등을 도울 수 있는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아동학대 홍보와 예방 인력은 따로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체 휴가를 지원하고, 조사 과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률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특히 인천 실정에 맞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참고 사례로 서울 노원구, 충남 논산시 등을 소개했다. 노원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논산의 경우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학대예방경찰관이 별도로 마련한 학대신고대응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며 현장 출동, 응급조치, 상담 등을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이선정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여러 기관이 함께 대응하고 있는데, 입장 차가 발생하면 대응이 늦어지고 피해 아동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천시와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이 협의해 각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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