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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버지 부재 시대

입력 2024-05-06 19:26 수정 2024-05-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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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뜻하는 한자 아비 부(父) 자는 도끼 부(斧) 자와 자형이 유사하다. 그 이유는 도끼가 노동과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때로 도끼는 결연한 의지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섭정 중단과 고종의 친정을 주청했던 면암 최익현의 도끼 상소가 비근한 예다.

문학의 오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아버지 찾기'다. 유명한 고전의 상당수가 다 아버지를 찾거나 아버지 부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경우가 많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대표적이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인 선왕을 죽이고 어머니 거트루드와 결혼하고 왕위에 오른 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명작이다.

'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소재로 한 프랑수와 드 페늘롱의 소설 '텔레마코스의 모험'도 아버지 찾기다.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왕위를 노리는 자들로 넘쳐난다. 소설은 루이 14세의 손자를 위해 쓴 작품으로 텔레마코스가 스승 멘토르와 함께 모험하면서 제왕학을 익힌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텔레마코스가 모험을 감행하는 까닭은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모든 혼란을 종식시키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 역시 아버지를 위한 복수가 핵심이다. 어머니 클뤼타이메드가 정부인 아이기스토스와 짜고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다. 이를 모르고 아버지를 찾다 결국 어머니와 정부를 죽여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완수한다. 그러나 여동생인 클뤼타이네스트라는 왜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희대의 비극적 상황이 연출된다.



그런가 하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등장하는 인물인 스티븐 디덜러스의 이야기는 혈연의 아버지를 떠나 정신의 아버지를 찾는 얘기다. 그의 아버지 사이먼 디덜러스는 경제적인 실패로 부르주아 중산층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현재 사회를 아버지 부재 사회라 한다. 아버지 부재 상황은 전통적 가부장제의 소멸과 여권 신장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직장에 매여 집에 없고 늘 부재하는 아버지, 상사와 회사에 눌려 있는 작고 왜소한 아버지들이 아버지 부재 시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는 어버이날만큼은 잊고 있던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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