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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폭전담조사관 역량 강화·제도 정비 시급하다

입력 2024-05-06 19:18 수정 2024-05-0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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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 재능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된 '제1차 교육정책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4.5.2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올 3월 새 학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가 도입된 후 조사관 역량 강화와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2일 인천시의회·인천교육정책원 공동주최 '제1차 교육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육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도입하는 바람에 시행착오가 잇따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다가 악성 민원 등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고, 학교폭력 조사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마저 퇴색될까 우려가 크다.

교육부는 올해 학폭조사관을 2천700명 규모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1월 모집에 나섰다. 부랴부랴 교육지원청별로 서류심사·면접·연수를 진행한 뒤 교육현장에 곧바로 투입했다. 학폭조사관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피해 학생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학교가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닐 경우에는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 사례회의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등에도 참석한다. 학폭조사관의 엄중한 역할에 비해 사전 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은 도입 초부터 제기돼왔다.

정작 학폭조사관이 투입되자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사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조사관이 업무를 전담해야 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교사가 동석해 보고서까지 써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는 되레 업무량이 늘어난 셈이다. 또 학교 구성원이 아닌 외부 조사관을 대면하는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학생과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조사관이 사실 진위만을 파악하려다 보면 조사 과정이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 조사관이 못 미더운 학부모들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라는 불안감까지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조사관은 학교폭력 조사 1건당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 때문에 조사관이 신속한 업무 종결을 위해 무리하게 사안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사안의 난이도를 고려한 조사관 투입과 역량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학폭조사관이 도입된 학교 현장은 아직 득보다 실이 많은 형국이다.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공공성과 함께 효율성과 공감대는 기본이다. 하나라도 부실하면 교육현장은 바로 흔들리고 만다. 도입 초부터 예견됐던 시행착오를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한다. 실태 분석과 만족도 조사를 통한 제도적 정비는 당연하다. 현장의 혼란이 멈춰야 교사들이 교육에 오롯이 매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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