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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한국 사람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4가지 이유'

입력 2024-05-08 19:58

소유 욕구 불러오는 '규제의 역설'
좁은 국토 과도한 도심 양극화 원인
애착 강함에도 실질 주택총량 부족
'부동산 불패' 달리 금융시장 불신
가계 편중 해소위해 환상부터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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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한국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가계자산의 70%를 넘어서는 집중 현상도 이례적이지만 이자 부담이 높아진 환경에서도 부동산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에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타 국가와의 자산구조를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64%, 금융자산이 36%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주요국가인 미국, 일본, 영국은 금융자산 비중이 54~71% 수준으로 국내 상황과 정반대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부동산 자산 편중이 어느 부분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크게 4가지 이유들을 찾아봤다.

첫째,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규제의 역설로 해석된다. 주요 선진국 대비 LTV, DTI, DSR 등 대출규제가 강해 오히려 소유 욕구를 강화시키는 경향이 크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대상으로 특정 물건을 못 사게 만든다면 그 물건이 더욱 사고 싶어지는 심리를 말한다. 과거 정부는 2019년 말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대상으로 대출금지라는 전무후무한 규제를 시행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고가아파트가 규제 이후 2년 사이 급등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또한 세금이 중과됐던 규제지역 가격이 똘똘한 집으로 불리며 비규제지역보다 더 많이 오르는 결과들도 다양한 사례로 확인된다.

둘째, 미국과 일본 대비 국토 면적이 좁다는 점과 도심지와 비도심 사이의 양극화도 부동산 자산 편중의 원인이다. 2021~2022년 기준 수도권 인구가 2천59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서울은 9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거주하는 인구 밀집을 보인다. 반면 미국 뉴욕은 880만명, 일본 도쿄(23개구 기준) 977만명, 프랑스 파리 222만명, 영국 런던 930만명, 독일 베를린 450만명 등으로 전체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국가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천만명 수준(혹은 그 이상) 도심은 중국의 베이징(약 2천100만명) 외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적다. 그 만큼 국내 인구가 분산되지 못하고 양극화됐다는 의미다. 수요가 분산되지 못하면 특정 지역 선호로 인해 자산 양극화와 부동산 가치 편중으로 귀결된다.



셋째, 부동산 규제를 전면적으로 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양적인 주택 공급이라도 많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서 공급 부족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주택보급률(가구수/주택수)은 2021년 기준 102%로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이 110%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질은 물론 양적으로도 부족함이 확인된다. 게다가 대표적인 국가 간 비교 지표인 인구 1천명당 주택 수, 주택소유율 통계에서도 OECD 34개국 중 대한민국은 꼴찌 수준이다. 부동산 소유욕이 강한 국민성을 고려하면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공급 총량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데 되레 대출 규제는 강화돼 있고 공급 확대는 어려워진 구조가 고착됐다.

넷째, '부동산 불패 신화'와 달리 금융 시장은 '불신 경향'이 팽배하다. 이자 이익을 주로 추구하는 은행권을 소비자가 불신하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많지만,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해 성공했다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 오히려 주식 투자(사기)나 사업하다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체감상 훨씬 많다. 반면 미국은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 수많은 투자(사업) 성공가들이 오래오래 회자되며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다. 따라서 국내 가계가 금융과 비금융(부동산) 사이에서 자산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견줄 수 있는 금융 자산의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가계의 부동산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환상부터 깨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거 버블이 크게 꺼졌던 일본과는 달리 국내는 최근 50년 사이 토지 가격이 하락한 사례가 손에 꼽힌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5년 만에 100% 폭등해 '벼락 거지(집이 없어서 갑자기 가난해진 경우)'가 두고두고 회자된 바 있다. 아직은 한국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어려운 이유들만 가득한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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