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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능 같은 경기도 공공기관 책임계약 온라인 투표

입력 2024-05-08 19:55 수정 2024-05-0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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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들의 '책임계약' 평가관련 도민 온라인 투표가 끝났다. 온라인 총투표수는 9만7천여 표로 경기주택도시공사 3만9천327표, 경기신용보증재단 3만8천647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3만157표, 경기문화재단 2천860표 등이다.

온라인 투표에 말들이 많다. 경기 도정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물론 심지어 코미디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A기관의 B직원은 지난 20일 동안 하루 일과의 첫 시작이 경기도의 '책임계약 평가'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 투표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1명이 하루 한 차례씩 매일 투표할 수 있는 데다 지역·나이·소속기관에 제한이 없어 인력을 총동원하라는 지침이 떨어진 것이다. C기관은 부서별, 개인별 목표치를 할당했으며 D기관은 거래처 관계자들의 정보까지 수집했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합은 "도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행정력은 발목이 잡히고, 누구도 보지 않는 기관별 동영상 제작· 평가사이트 개발 등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었다. 예능으로 변질된 책임계약 평가를 중단하고 경기도는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도지사는 도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에 처음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책임계약평가제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려는 국내 지자체 최초의 시도이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27일 도정열린회의에서 "1년 예산이 8조원 이상인 산하 공공기관들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라며 "임기는 하라는 일이 제대로 지켜질 때만 유효하다"고 채찍을 들었다.



도 산하 28개 공공기관 중 정원 200명 이상인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4개 기관에 한해 기관장이 제시했던 2∼3개 책임 목표 관련 작년도의 업적을 평가한다. 실·국 평가 30%, 전문가 평가 20%, 도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 25% 등으로 평가 우수 기관에는 특별증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평가대상 기관의 일부 기관장들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연임을 위해서라도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했다. 평가기관들이 충성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졸속이란 인상이다. 소문난 잔치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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