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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上)] 언젠가 가족은 아플 것이고, 당신도 간병인이 될 수 있다

공지영·유혜연·한규준
공지영·유혜연·한규준 기자 jyg@kyeongin.com
입력 2024-05-21 20:22 수정 2024-07-23 17:33

체력·정신 쏟아내는 간병약자
겨우 직장 유지하는 시간빈곤
사실상 일상과의 공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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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도 한 카페에서 이정민(가명·20대초반)씨를 만났다. 8살때부터 아픈 엄마를 홀로 간병해온 정민씨는 음악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오랜 시간 '간병=가족'이라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 통용돼 왔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픈 일은 우리의 삶에 불쑥 찾아오지만, 가족이 간병을 해야 한다는 명제만큼은 변함없이 굳건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당연한 명제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가족간병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극단적으로는 '간병살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현대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삶이 파괴될 만큼의 무거운 책임을 감내하는 게 당연한가, 간병과 일상은 도저히 공존할 수 없는가에 대한 물음이 커졌다.

경인일보는 그 답을 찾는 여정에서 여러 연령,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가족간병인을 만났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간빈곤' '간병약자' '언젠가·누구나' '선택할 자유'라는 공통의 주제를 찾았다.

무엇보다 주목한 부분은 가족간병 문제의 바탕에 '간병과 일상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공존이 가능하려면 최소한의 필수조건이 필요하다.



필수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8살때부터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한 이정민(가명·20대 초반)씨의 일상은 간병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수준이다. 이씨는 간병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간병약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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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가명·12)가 1형 당뇨로 처음 쓰러진 이후 김은희(가명·40대 초반)씨의 일상도 분주해졌다. 혈당 작용에 관한 모든 지식과 음식물에 대한 정보를 직접 공부하며 1형당뇨에 대응해갔다. 2024.4.2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우리가 만난 가족간병인 중에는 이 필수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편인데도 24시간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돌보는 데 체력과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김은희(가명·40대 초반)씨도 있다. 김씨 일상의 공존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정도,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다. 개인적인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간빈곤'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가족간병은 '누구나' '언젠가' 겪어야 하는 모두의 일이다. 기획기사에 담긴 모든 인터뷰를 1인칭 시점에 담은 이유도 모두의 일에서 비롯됐다. 언젠가 우리의 가족은 아플 것이고, 당신도 가족간병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돌봄이 드리운 일상, 멈춘 나의 시계 [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上)])

/공지영·유혜연·한규준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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