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과 다른 복잡한 계산 논란
학교급식법엔 식품비 보호자 부담
현실은 걷지 않고 지자체가 떠안아
공공기관 갈등 부추기는 정산 방식
행정력 낭비·돌발변수 취약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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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과 다른 지자체서 도입한 무상급식은 수많은 오류를 발생시키고 있다. 사진은 도내 고등학교내 식당. /경인일보DB |
국가적 차원의 정책 결정 없이 지자체 현장에서부터 도입된 무상급식은 실행과정에서 다양한 오류를 낳는다. 현행법을 겉돌며 복잡하게 운용되는 탓에 행정력 낭비는 물론 여러 돌발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8일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시·군에 따르면 현행 학교급식법은 급식에 필요한 경비를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 급식시설·설비비, 운영비(연료·인건비 등), 식품비 등이다. 이 중 시설·설비비는 부담주체가 교육청이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다. 운영비는 교육청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보호자가 일부를 부담할 수 있고, 식품비는 보호자가 내는 것이 원칙이다. → 그래픽 참조
그러나 현실에선 보호자에게 급식비를 걷지 않는다. 교육복지 차원에서 교육청과 지자체가 '무상'급식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과 각 지자체는 학교급식법 제8조 4항과 제9조를 근거로 무상급식을 시행중이다. 이들 조항에는 '지자체가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와 학교급식에 필요한 식품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현행법상 각 시·군은 언제든 지원을 끊을 수 있다. 급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법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교육현장에 안착한 무상급식을 폐지할 경우 따르는 정치적 리스크 등은 지자체장이 쉽사리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다 주민투표 끝에 사퇴하고, 2015년 홍준표 지사 재임시절 경남도에서 무상급식이 중단됐다가 다시 시행된 사례 등은 한국사회에서 '애들 밥값'이 주는 정치적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계산하기도, 정산하기도 매우 복잡한 무상급식 예산은 현장에서 적잖은 논란을 발생시킨다. 대응투자 형식의 예산 분담은 공공기관 간 갈등의 소지로도 작용하는 모양새다.
학교급식경비 마련은 도교육청이 전담해 예산을 짜는 일에서 시작한다. 필요한 금액이 나오면 경기도는 도교육청에 예산을 전달하고, 이는 도교육청 예산과 함께 지원금 형태로 각 학교에 전달된다. 그러나 시·군의 예산은 다르다. 각 학교가 보조금 신청서를 내 교부받는 별도의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각 학교는 식품비와 운영비, 조리실무사의 인건비 항목으로 보조금을 받고도, 지출은 식품비에만 하는 일이 벌어진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정산받는 입장에선 보조금의 변칙처리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일이다.
시·군에선 이런 번거로운 일을 14년간 반복하면서 쌓인 불만이 상당하다.
특히 업무 담당자 회의로만 매년 수백억원대의 예산을 확정하는 관행과 도교육청이 재정자립도를 근거로 분담률을 설정하는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시·군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그밖에 '조리실무사 인건비 보조는 보조금관리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의정부·안양·시흥)', '매년 도교육청이 통보하는 금액과 학교 신청금액이 다르다(양평)', '경비 산출파일이 너무 복잡하다(안산)', '회계연도에 맞지 않는 배정액 산정은 회계연도의 독립 원칙에 어긋난다(여주)' 등 다양한 의견이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모든 지자체에 성실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예산의 분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당장 변화를 가져오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란·장태복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