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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존·활용 큰 의미… 시대에 맞는 상생안 마련해야"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4-07-07 20:19 수정 2024-07-07 20:33

[경인 WIDE] 인류 그 시작의 땅, 경기도의 선사시대 유적


개발과정서 땅 파낼 때 발견 많아
경기지역 '구제발굴' 상당수 차지
김포시, 市 차원 시민 상생안 관심
"보존 목적 市 대표 역사자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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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신안리 신석기 유적 4차 발굴지. /김포시 제공

경기도에는 선사유적이 적잖이 있다. 국가 사적, 도 단위에서 지정하는 경기도 기념물 및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선사유적은 26개 가량. 이 중에서 국가 사적인 곳은 1966년에 지정된 파주 덕은리 청동기 주거지와 지석묘군, 1979년에 지정된 하남 미사리 신석기 유적·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 1994년 파주 가월리·주월리 구석기 유적이 있으며, 2000년대 이후로는 2002년에 지정된 시흥 오이도 신석기 유적이 있다.

이처럼 선사유적이 남겨져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경기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경기도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한강은 물론 경기 북부에서 흘러들어오는 임진강, 한탄강, 경기 남부의 안성천 등 경기도 내 크고 작은 강줄기를 따라 비교적 넓은 평야 지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서해와 연결되는 해안지역 역시도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곳으로 많은 유적과 유물이 남아있다.



지속해서 이뤄진 개발과도 관련이 있다. 땅속에 묻혀있는 유적은 개발하기 위해 땅을 파내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경기지역은 구제 발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돼 세계 구석기 연구에 큰 획을 그은 연천 전곡리 유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기도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중국 대륙에서 넘어와 정주한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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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조사에서 나온 빗살무늬 토기. /김포시 제공

이번 김포 신안리 신석기 유적 역시 그런 부분에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신석기 유적의 경우 온전하게 발굴되기가 어렵다. 강변이나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보니 구릉성으로 올라오기 전에는 깎여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청동기 시대에 인구가 팽창하고 마을이 커지면서 기존 신석기 사람들의 거주지 위에 자신들의 집을 짓고 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상당 부분 파괴된다. 마치 오늘날의 '재개발'처럼 말이다. 완벽한 주거지의 모습을 보여준 신안리 유적이 역사적·학술적·문화적으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포시는 유적과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유적의 땅을 시가 매입해 놓은 덕분에 발굴조사와 연구, 나아가 이를 활용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시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김포시 문화예술과 선경화 학예연구사는 "문화유산으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 함께 보존하고 활용해 시민참여형 역사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개발이 목적이 아닌 유적의 보존을 목적으로 김포시를 대표하는 역사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평저토기
발굴조사에서 나온 평저토기의 모습. /김포시 제공

우리 눈에 선명히 보이지 않는 선사유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은 계속해서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선사유적은 발굴과 조사를 마친 뒤 주거지로 전부 복원하기도 사실상 어렵고, 그렇다고 땅에다 묻어놓기만 하는 것도 그 의미가 퇴색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적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식들이 변하고 있는 만큼 시대 정신에 맞는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활용되지 않는 문화유산은 결국 잊히고, 잊힌 문화유산은 원형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 관장은 "문화재의 적극적인 활용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문화재 보존방법이라는 인식 아래에서 경기도의 선사유적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땅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훼손도 피해간 땅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이 관장은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점점 소외되는 시대에 우리가 돌아가야 할 본향과도 같은 선사시대에 대한 소망과 이상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단시간 내에 이뤄지긴 힘들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선사유적이 극단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그 땅은 그 시대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이라며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이러한 땅을 우리가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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