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2년6개월여 동안
인천 건설현장 13명 목숨 잃어
수사 대상 오른 공공기관장 '0'
노동계 "공사의 실질 관리 권한"
법 취지 맞게 제재 필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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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인천에서는 13명의 노동자가 지자체·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서 숨졌지만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된 바는 없어 법 취지에 맞게 발주자에 대한 처벌 등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중대재해가 발생해 1명의 노동자가 숨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인천 청라국제도시 연장선 건설사업 4공구 공사 현장 모습. 2024.7.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안전 조치 미흡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2년6개월이 됐다.
법이 시행된 2022년 1월27일부터 올해 7월(산업안전보건의 달) 현재까지 인천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 총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수사 대상에 오른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공기관장은 없다. 관련 법에서 '발주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엇갈린 판결… 발주자냐, 도급인이냐
2020년 6월 인천항 갑문 수리 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2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인천항만공사 사장 A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6월 1심에서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3개월 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각 재판부의 판결은 '발주자'와 '도급인' 해석에서 엇갈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을 '공사를 지배·운영하면서 안전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사업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1심은 A씨를 도급인으로 보고 책임을 물었지만, 2심은 A씨를 발주자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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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동자 추락사고가 발생한 인천항 갑문. /경인일보DB |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의 상황은 비슷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제3자에게 사업을 도급·용역·위탁한 경우에도 안전 조치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로,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 법에서도 '건설공사 발주자'를 도급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 노동계 "발주자도 책임 있어"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인력·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해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노동자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방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한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정을 토대로 공공기관장 등 발주자에게도 공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발주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사에 개입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를 중지시킬 권한도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 발주 사업을 수주한 시공사는 공사 기간이나 예산 등을 논의하는 발주자를 책임자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인천지역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서는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지자체장 등 공공기관장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된 적은 없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조치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맞게 발주자에 대한 처벌 등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인데, 공공기관장은 사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는다"며 "처벌이나 제재 조치가 없다면 발주자가 책임지고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공공 주도 현장서 잇달아 사고… "발생이력 업체는 배제하자" [중대재해 책임의 경계 '발주자'])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