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말까지 21시 권고 불구
관리 인원 한정 등 18시 문닫아
노인회 회원 아니면 이용 불가능
사진은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는 모습. /경인일보DB |
화성시 병점동에 거주하는 김귀순(79)씨는 매일 오전 경로당 무더위쉼터를 찾는다. 집에 에어컨이 있지만, 여름철 전기료를 무한정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달에 10번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고 돈을 받던 노인일자리사업이 7~8월엔 날이 더워지면서 7번으로 줄었다"며 "이번 달에만 9만원 정도 적게 들어올 예정이라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쉼터에 오래 있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의 바람과 달리 공용 공간인 쉼터는 문단속을 이유로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는 "6시가 가까워지면 노인들이 슬슬 나가자고 하면서 다 같이 집으로 간다"며 "노인회장 혼자 열쇠를 갖고 있어 매일 그 시간에 와 문을 잠근다"고 토로했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정부가 무더위쉼터 경로당의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권고했지만, 현장에선 한정적 관리 인원을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에 모두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낮 안성시의 최고기온은 37.5도, 체감온도는 38도까지 달했다. 온열질환자만 29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 대부분이 노인층에 몰려 있는 만큼 정부는 이달 말까지 무더위쉼터 경로당의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날 찾은 경로당은 여전히 통상적인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만 개방돼 있었다.
도내 한 경로당 무더위쉼터를 관리하는 노인회장은 "사람들이 매번 찾는 게 아니니까, 문을 열어달라는 전화가 오면 그때 개방하는 등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이마저도 노인회 회원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경로당을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형식적으로 무더위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회비를 내는 회원들만 이용하기 때문이다.
수원시 화서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김모(82)씨는 "3년 전까지는 인근 아파트에 있는 경로당을 종종 갔지만, 어느 날부턴가 경로당 총무가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해 이후로는 경로당을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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