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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청라 화재 아파트 '폐기물 대란'… 24층 오르내리며 '수거장 행군'

유진주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입력 2024-08-06 19:56 수정 2024-08-07 10:12

단전에 상한 음식 처리 골칫거리 


엘리베이터 안돼 김치통 들고 진땀
역대급 폭염에 "전부 다 부패" 불편
市 긴급대응반 편성·쓰레기통 확대


지난 1일 발생한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사고 현장에서 6일 한 입주민이 단전으로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물을 수거해 버리고 있다. 2024.8.6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지난 1일 발생한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사고 현장에서 6일 한 입주민이 단전으로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물을 수거해 버리고 있다. 2024.8.6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6일 오전 11시께 방문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곳은 지난 1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아파트 단지 5개 동, 약 480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집안의 모든 전기가 끊긴 것은 물론 엘리베이터도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파트 건물에서 나오는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큼직한 김치통을 한 통씩 나눠서 들고 걸어나오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다는 이들은 화재 발생 다음날부터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주(42)씨는 "역대급 폭염에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이 전부 상해 다 버렸다. 지금 들고 있는 고추장 한 통만 건졌다"며 "저희는 그나마 냉장고를 빨리 정리한 편이라 다행인데, 이웃 주민들은 냉장고 안 상황이 더 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마주친 또 다른 부부는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양손에 마트용 대형 가방을 쥔 채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24층에 살고 있다는 박필규(50)씨는 "전기가 2~3일만에 복구될 줄 알았는데 기간이 길어져서 어제부터 냉장고를 비우고 있다"며 "저희 집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2개다. 어제 처음 열어보니 음식들이 다 썩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수도 버리면 안 된다고 해서 국물이 있는 그대로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24층을 내려왔다"며 "저층에 계신 분들은 계단으로 얼추 정리하셨다고 들었는데, 고층에 있는 또 다른 분은 엄두도 못 내시고 있다"고 전했다.

청라국제도시 해당 아파트의 피해가 '폐기물 처리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우선 '서구 아파트 폐기물 처리 관련 긴급대응반'을 편성해 이들의 쓰레기 처리를 돕고 있다. 역대급 폭염에 각 가정에 있는 냉장고가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해당 아파트에 음식물쓰레기통 65개를 추가 배치하는 '긴급 조치'에 나섰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화재 폐기물은 아파트 단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주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하주차장 폐기물의 경우 공사업체가 처리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구별로 청소하면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를 위한 차량 지원을 인천시와 서구청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처럼 생활폐기물이 다량으로 많이 나오게 되면 서구청과 함께 차량을 투입해 수거할 예정"이라며 "가전제품들도 저희가 무상수거해 별도로 처리하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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