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광한루원 등에만 의지하다 2018년 개관… 랜드마크 떠올라
연간 10만명 관람객 발길… 지역미술관 생태계에 새 패러다임 제시
'자연'·'생명' 짜임새 있게 기획, 생기 불어넣는 역동적 에너지 방출
압도적 크기 자랑하는 김 화백 2003년作 '생명의 노래…' 감탄 절로
남원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문화도시다. '춘향'으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남원 여행 필수 관광지로서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언덕 위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날카로운 직각 형태의 건물에 푸른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광장이 조화를 이룬 김병종미술관의 전경은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듯한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전시 작품을 꼼꼼히 보기 좋고 통창으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곳,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자연 속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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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경. 직사각형 구조의 건물과 주변 숲이 세련된 조화를 이룬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제공 |
■ "연관람객 10만명 문전성시"… 남원의 랜드마크남원시에 따르면 김병종미술관은 올해 8월 기준 연간 관람객 10만명을 달성해 지역 미술관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병종미술관은 개관 첫 해인 2018년 3만여명을 시작으로 2019년 5만6천여 명, 2022년 8만여명으로 매년 큰 폭의 관람객 증가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2021~2022년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지역 미술관의 성공사례이자 명실상부한 남원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실제 남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광한루원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뒤 김병종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지역별 관광현황'을 보면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지역 중심 관광지 및 인기관광지 5위로 유일하게 10위권 이내 문화예술분야 관광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김병종미술관이 춘향제와 광한루원 등에만 의지하던 남원 관광의 콘텐츠 지평을 넓히는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다.
남원시는 국비 등 총사업비 54억원으로 시작한 김병종미술관이 창출하는 경제적인 부가가치 효과가 5천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남원시는 '김병종 미술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김병종 화백의 예술적 성취와 업적을 기념하고자 제정됐으며 2025년 하반기부터 2년마다 국제 추천공모제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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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화백 작품 '화홍산수'. 생명의 노래 시리즈 중 대표작으로 산과 연못, 마을과 밭을 배경으로 작품 중앙에 생명을 상징하는 붉은 꽃이 활짝 피었다. 자연(산, 연못)과 사람(마을, 밭)을 구분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곳에 생명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는 듯하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제공 |
■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 작지만 특별한 미술관시군단위 작은 규모의 김병종미술관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남원이 낳은 김병종 화백의 기증 작품 등을 비롯해 '자연'과 '생명'이라는 콘텐츠를 짜임새 있게 기획한 점이 꼽힌다.
김병종 화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한 세계적인 화가다. 대표작으로는 '생명의노래', '화첩기행' 등이 있다. 자연과 생명에 주목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아낌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기증한 작품만 440점이 넘을 정도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김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은 국내 미술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미술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김 화백의 2003년작 '생명의 노래-숲은 잠들지 않는다'가 있다. 세로 1.9m에 가로 9.6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김 화백이 직접 만든 닥나무 원료의 '닥판'이라는 바탕에 율동하는 듯한 나무들과 새, 나비 등을 생명력 있게 표현했다. 미술관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실제 관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주는 작품이 전시돼 큰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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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시실 모습.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제공 |
■ 단순 미술 영역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복합 공간 지향김병종미술관은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자연과 가장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관람객 확보를 위해 도심 속에서 경쟁하듯 규모 확장에 몰두하는 다른 미술관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녔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구조의 김병종미술관은 단순 그림만 전시하는 미술공간을 넘어 역사와 문학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글 쓰는 화가'로서 문학인으로도 유명한 김병종 화백이 기증한 약 2천권의 미술, 인문학, 역사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조선시대와 현대 도자기를 소개하는 '흙, 회전하다' 전시를 열었다. 남원이 일본 3대 도자기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조선 도공 심수관의 본향이기에 마련된 특별 전시였다. 전시회에는 조선시대 백자와 청화백자, 심수관 도옹가의 자기 45점에 이어 현대 작가들의 작품 25점 등 총 70점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보 순회전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비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국내 대표 유물 '백자 달항아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주민에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김병종미술관은 최근엔 7년간 모아온 소장품전 '남원南原에서'를 개최해 남원에서 태어나거나 인연을 쌓은 작가들의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역 주민에겐 저마다의 추억을 선사하고 타 지역 방문객에겐 남원의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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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부터 2025년 1월 12일까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신소장품전 '남원南原에서' 모습. 지난 7년간 수집해온 특별한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제공 |
/전북일보=이준서기자,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