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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무분별 '팝업 스토어 경쟁'… 청소년 정체성 왜곡 우려

김준석
김준석 기자 joonsk@kyeongin.com
입력 2024-09-19 20:43 수정 2024-09-19 21:13

쓰레기통 가득 버려진 덕질… '팬심의 민낯'


연예인 포토카드만 챙기고 정작 제품 버리는 경우 많아
환경문제 유발… 불건전 소비 행태·습관 형성 우려도
과도한 증정 마케팅에 전문가 경고… 팬덤문화 부작용


캐릭터 증정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
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캐릭터 증정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


마케팅 효과를 위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Pop-up Store·임시 매장)가 성행하고 있다. 화장품, F&B 등 프랜차이즈와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나서 소비자 이목을 끌려는 다양한 팝업 스토어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와 함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점도 공존하는 실정이다.

'단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경인일보 2기 학생기자단'이 이 문제를 직접 취재했다.

그 결과 아이돌 등 유명 연예인의 포토카드나 캐릭터 상품과 같은 증정품만 챙기고 정작 구매 제품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든지, 거꾸로 해당 증정품이 무더기로 버려지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파악된 건 기업들에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는 이러한 소비 행태가 청소년들에게 불건전한 정체성 확립이나 소속감을 안길 우려가 컸다는 점이다.

■ "대부분 버려지는데…사회문제 고려 않는 듯"




학생기자단은 직접 현장을 찾아 청년들이 생각하는 팝업 스토어와 관련 마케팅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지난달 판교의 한 백화점에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고민성(22)씨는 "행사장에서 받는 증정품은 실생활에 필요한 게 아니면 선호하지 않아 주변에 나눠주거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증정품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걸 보기도 하는데 팝업 스토어 주최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행사를 연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홍모(24)씨는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환경문제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에 몰두한 것 같아 아쉽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실제 이날 백화점 내 여러 팝업 스토어 주변의 쓰레기통들은 무료로 제공된 수많은 부채들이나 팸플릿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기업 입장에선 매출 증대에 효자 역할을 하는 증정품 제공 방식의 마케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송씨는 "팝업 행사에 관심이 없다가도 증정품을 나눠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며 "기업 입장에선 신제품을 출시할 때 팝업 스토어만한 마케팅 전략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모(22)씨는 "일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증정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익인 것 같다"고 전했다.

팝업 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
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를 방문객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

■ 포토카드 한장 얻으려… 앨범 다량구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이 과도해지면 소비자 심리나 청소년 정신건강에 부적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K-Pop 시장을 중심으로 한 '피지컬 음반(디지털이 아닌 실물 음반)' 업계에서 특히 이 같은 우려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업계에선 아이돌 피지컬 앨범을 한 장 구매할 때마다 연예인 포토카드를 한 장씩 무작위 제공하는 마케팅을 일반적으로 진행하는데, 각 앨범과 포토카드 종류 그리고 그 안에서 또다시 무작위로 제공하는 등의 비율을 점차 늘리는 구조다.

이를 통해 팬들의 앨범 다량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략이지만 경제관념과 소비습관이 미성숙한 청소년 팬들에게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아이돌 팝업 스토어 이용 경험이 많다는 윤모(21) 씨는 "아이돌 기업들이 경제관념이 부족한 낮은 연령대 소비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매출만 생각해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한 아이돌 그룹 열성 팬인 정모(21) 씨는 "브랜드 행사 포토카드나 증정품 마케팅이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면서도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주는 아이돌 증정품은 평소 개인적으로 구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이란 착각이 들고, 그게 과소비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 아이돌 팬 유튜버 "재미와 만족감 커"

앨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아이돌 기업들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앨범 판매처별 팬 사인회를 개최하고 팝업 스토어를 통해 앨범 구매를 유도한다. 팬 사인회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해당 앨범 유통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등의 방식도 활용된다.

아이돌 팬 유튜브 채널 '독고와제갈'을 운영 중인 유가희(29)씨는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앨범 수가 팬들 사이 암암리에 알려져 있는데 그 개수가 상당하다"며 "앨범 대량 구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형식적 목적으로만 구매하다 보니 정작 해당 앨범들을 타인에게 되파는 현상도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앨범을 대량 구매한 사람들이 처리하기 곤란해 재판매하거나 폐기, 나누는 일이 빈번하다"며 "팬이 아닌 사람들이 구매 후 돈을 덧붙여 파는 상황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씨는 기업의 이러한 앨범 판매 마케팅이 꼭 부정적 측면만 가지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해 "앨범을 사고 포토카드를 모으려고 교환, 양도하는 게 일종의 팬덤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팬들은 이런 행위 자체에서 큰 재미와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의 구매 유도 마케팅이 일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규제한다면 서운하고 아쉬워 할 팬들이 상당할 것"이라며 "팬들은 앨범 구매와 그 후 행위들을 일종의 팬덤 문화와 놀이로 인식하고 자신의 재미를 위한 적절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캐릭터 증정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지난 8월 판교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받은 캐릭터 증정품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단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학생기자단
 

 

■ 전문가 "올바른 정체성 인식 해쳐선 안돼"

문제는 한창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들이 자칫 일시적인 소속감과 경쟁심 탓에 그릇된 정체성은 물론 소비 습관까지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는 "현대 사회는 파편화돼 인간과 인간 사이 공유하는 것들이 줄어들고 일체감을 느낄 대상도 적어 자기 정체성 확립이 어렵다"며 작은 요소도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이 그 대상이 되기 쉬워 팬덤과 앨범 구매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쉽게 일체감을 느낄 대상이 연예인인데 '나만 좋아한다'라기보다 '다른 누군가도 같이 좋아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다"며 "그게 소속감으로 발전하는 걸 넘어 소속된 그룹 내 경쟁심도 유발하는데 우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인간은 인정 욕망이 커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데 외모, 학력 그리고 특히 돈과 관련해 '내가 이만큼 더 구매할 수 있다'는 우월감을 가지려 할 수 있다"고 앨범 다량 구매 현상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앨범 다량 구매 등의 형태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소비 습관이 아직 제대로 발현 못한 정체성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다량 구매의 원인은 경쟁심과 협동심에 있다고 보는데, 모두 소속감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밑바탕엔 개인의 정체성을 발현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팬 활동 이외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해소할 다양한 탈출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민·백은빈·안지민·정진영·김정민(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경인일보 2기 학생기자단),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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