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타산 맞지않아 '손사래'… 시공사들 "중도 하차합니다"
한신공영, 토지매입 잔금 못내고 '손떼'
영종국제도시 두달새 사업 3번째 취소
운정3 주상복합 사전청약 2년만에 무산
6월말 경기 미분양 '전국 최다' 평택 3289가구
인천은 4136가구 전년동기比 92.2% 급증
PF리스크 관리 온힘 부실사업장 구조조정
"공사단가 4년전보다 30% 올라" 현실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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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 경색 여파 등으로 인천과 경기도 지역에서 건설사들이 주택 시공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최근 두달 사이 3건의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이 취소됐고 경기도에서도 사전청약을 진행한 공공택지사업이 연이어 좌초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 예정지를 정리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 올해 경인지역 사전청약 주택 개발 취소 사례 5건…인천 영종에선 일반 주택건설 계획 한 달 새 연이어 무산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올해 28위를 기록한 한신공영은 최근 인천 영종하늘도시 내 주택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이 사업은 한신공영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부지를 낙찰받아 영종하늘도시 A41블록에 440가구를 짓는 것으로, 지난 2022년 사전청약을 접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본청약을 진행한 뒤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본청약을 하지 못한 채 사업이 무산됐다. 한신공영이 LH에 토지매입 대금 중 잔금에 해당하는 149억원을 내지 못했고, 결국 사업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영종국제도시에서 주택개발 사업이 취소된 건 최근 두달 사이 3번째다. DL이앤씨는 지난 4일 영종하늘도시 내 A18·A19·A20블록 공동주택 개발공사 도급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동부건설이 중구 중산동에 1천296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사업취소 서류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에 주택을 개발하려던 우미건설이 사업을 포기한 이후 주택건립 계획이 취소된 사례는 없었는데, 최근 들어 속출하는 모양새다.
경기지역도 사전청약이 진행된 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취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2 주상복합용지를 개발하려던 리젠시빌주택이 지난달 초 사업 취소 결정을 내렸고, 앞서 6월에는 DS네트웍스가 시행사로 참여한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 내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계획이 사전청약 접수 2년 만에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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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에서 진행되던 주택사업이 착공에 들어가기 전에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건설사들이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4.08.29 /경인일보DB |
■ 미분양 재확산에 수익성 낮은 지역 정리… 건설사들 'PF 리스크' 줄이려 안간힘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사업 포기를 선언한 배경에는 미분양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경기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9천95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평택이 3천289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천(1천405가구)과 안성(1천274가구)도 올해 들어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인천의 미분양 물량은 4천136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92.2% 늘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1천265가구)와 청라국제도시·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1천253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미분양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월 7만5천359가구로 정점을 찍은 미분양 물량은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해 11월 5만7천925가구까지 줄었지만,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6월 7만4천37가구까지 늘었다. 미분양은 향후 사업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히는 만큼, 지금의 증가 추세는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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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에서 진행되던 주택사업이 착공에 들어가기 전에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건설사들이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
금융당국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6개월 안에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인데, 시중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권에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평가와 정리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금융권이 부실 등급 평가를 내린 PF 사업장 가운데 원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곳은 곧바로 경·공매에 들어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다.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부터 경·공매로 나오는 물량이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9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부실 사업장 경·공매를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까지 건설부문의 신규투자가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것도 건설업계가 사업을 정리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시멘트·레미콘 가격은 1년 전보다 5~7%가량 상승했고, 실내 인테리어 등에 쓰이는 건설 중간재도 같은 기간 8.6% 올랐다. 자잿값 인상에 건설공사비지수는 역대 최고인 130.21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건설업계의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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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에서 진행되던 주택사업이 착공에 들어가기 전에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건설사들이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
■ 건설투자 올 하반기 본격적인 침체기 돌입… '건설공사 단가 현실화' 필요건설사들이 기존 사업을 포기하면서 건설업의 신규 투자도 당분간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2분기 건설기성(전체 공사 중 완료된 공사의 비율) 규모가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는데,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의 공사 완료 물량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8일 '8·8 부동산대책'을 발표해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건설업계의 침체가 이어지면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2020년 대비 올해 공사비가 30% 가까이 올랐는데, 건설업계가 급등한 공사비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공사 단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