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신고로 가능했던 동물원 영업,
법에서 정한 안전관리계획 '허가' 받도록 강화
동물원·수족관 내 방치·학대 지속
최소한의 복지 마련했지만 '5년 유예기간' 맹점
기준 마련 못하면 전국 126곳 중
절반 이상 폐원 가능성… 야생동물 '처분' 문제 직면
백색목록제·혈통관리·전문성 갖춘
수의사 양성 통해 '생태교육의 장' 역할 수행해야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생성형 AI 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
# 유미진 서울호서전문직업학교 교수
동물원 허가·관리 주체가 지자체
검사관 수당도 예산 써야하는 한계
자금 사정·의지에 따라 운영 좌우유미진 서울호서전문직업학교 교수
■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의 한계
전문가들은 일정 규모의 서식환경을 갖추도록 하고, 검사관이 점검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하는 개정안의 내용은 적정한 수준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석의 여지가 남은 법 조항과 검사관 제도 활성화는 앞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테면 '자연채광'에 대한 해석이다. 송혜경 대표는 "포유류나 조류는 자외선(UV)이 부족하면 뼈 부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개정된 시행령에 '자연채광'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면서도 "이를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도 자연채광'이라고 해석해 버리면, 기존에 운영하는 실내 체험형 동물원들이 야외방사장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허가받을 가능성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검사관의 실효성 여부도 문제로 남는다. 환경부가 위촉한 전문검사관으로 활동하는 유미진 교수는 "동물원 정기 점검은 5년에 1번뿐이고, 수시 점검은 민원이 들어오는 등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가 검사관에게 요청해 검사를 나가는 구조"라며 "동물원의 허가·관리 주체가 지자체여서 검사관의 수당 등도 지자체 예산을 써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자체의 예산 규모나 의지에 따라 동물원 관리·감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쏟아져 나올 야생동물은 어디로?
허가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동물원에서 나올 야생동물의 관리 문제도 남는다. 허가받는 것을 포기한 동물원과 수족관이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유예기간 직전까지 시설을 운영하다가, 기간 만료를 코앞에 두고 폐업하는 동물원이 몰리게 될 위험이 크다.
이에 환경부가 올해 초 400여마리 규모의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문을 열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1곳 더 건립에 나섰지만 폐업 우려가 큰 동물원의 동물 규모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변재원 수의사는 "공영동물원에서 동물을 받고, 국립생태원에서도 동물을 돌보기 위해 보호시설을 짓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공간이 부족한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천시 플레이아쿠아리움 실내 동물원에서 반달가슴곰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 2024.7.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 변재원 청주동물원 수의사
허가제 충족 못한 시설서 나올 동물
공영동물원·국립생태원서 보호해도
불가피 공간 부족 문제 현실화될 것변재원 청주동물원 수의사.
■ 전문성 쌓기 어려운 동물원 수의사들
동물원이 종 보전의 역할을 해내려면 수의사 등 관리자들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사육하고 진료를 보는 수의사들은 의지와 관계없이 담당 업무를 받는 탓에 전문 영역을 키울 수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공영동물원 수의사의 경우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기 때문에 동물원이 아닌 시·구청 등으로 발령받으면, 일반 가축동물의 방역·검역검사 등의 업무가 우선 주어진다고 한다.
홍성현 수의사는 "동물원이 단순 전시시설일 땐 순환 발령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동물원 야생동물의 동물관리업무가 고도로 발전해 반려동물·축산동물의 진료·사육업무와는 아예 다른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시점의 동물원은 야생동물 연구·보전·동물보호 역할까지 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 외부업체도 마땅치 않다"며 "동물원 내 야생동물을 담당하는 분야를 구분해 채용하는 등 전문성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영동물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미진 교수는 "민영동물원의 경우 관련법상 동물원 내에 동물병원을 지을 수 없어 외부에 있는 동물병원이 위탁 형태로 야생동물 진료를 도맡고 있다"면서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은 수의사들이 선택지를 넓혀 공영동물원뿐이 아닌 민영동물원에서도 소속감을 갖고 공부하며 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송혜경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시행령에 담긴 '자연채광' 제공 내용
'창문서 들어오는 빛 포함' 해석하면
야외방사장 노력 기울이지 않을수도송혜경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 구조·종 보전 역할로서의 동물원
전문가들은 동물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야생성을 잃은 야생동물을 구조 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라지는 야생동물의 종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종 보전이라는 동물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혈통기록'을 토대로 체계적인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미진 교수는 '생태교육의 장'으로서 동물원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원이라면 관람객들에게 아픈 동물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을 가르쳐 야생동물 보호와 생태교육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야생동물이 야생성을 잃거나 다쳐 야생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 동물원에서 책임지고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관리가 미흡한 낙타. 2024.7.2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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