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너진 강화 송해면 주민들
양사·교동면 포함 절반 넘게 피해
市, 관계법령 개정 국방부에 건의
서해5도 특별법도 보호는 유명무실
"주민 입장 이해 지속적 협의 필요"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대남 소음 공격용 북한 확성기. 2024.9.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북한의 소음공격이 올해 7월 말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져 인천 강화도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은 이렇다 할 주민 보호 대책이나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접경지역에 사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는데, 강화도 해상 접경지역 주민들은 애국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희생만 강요당하는 셈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강화도 접경지역 송해면, 양사면, 교동면 등 3개 면 주민 8천80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천600여 명이 북한 소음공격 피해를 입고 있다.
인천시는 피해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을 국방부에 건의했다. 현재는 북한 소음공격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하거나 지원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
강화도는 북한 해안선과의 거리가 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접경지역이다. 강화 접경지역 주민과 달리 백령·대청·소청·연평·소연평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크게는 정주생활지원금이 있는데, 6개월 이상 10년 미만 거주 주민에게는 10만원, 10년 이상 거주 주민에게는 16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20년 이상 노후 주택의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서해 5도 주민들은 생활필수품 운송비, 유류·가스비도 직간접적으로 지원받고 있다. 올해 이들 사업 예산은 104억원으로, 이 중 80%는 국비다. 다양한 정주 여건 지원사업은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근거다. 이 법은 연평도 포격전 이듬해 시행됐다.
서해 5도 주민은 특별법이 제정돼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공로를 인정받은 반면 북한의 소음공격을 당하고 있는 강화도 접경지역 주민들을 품을 법안은 딱히 없다.
이미 건강·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안보 요소 등 심리적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강화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요구다. 주민들은 북한의 소음공격이 새로운 '무형의 폭격'이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해안경비작전 부대뿐 아니라 주민들도 민간인으로서 북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강화군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은 여야가 합심해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화도 접경지역 한 주민은 "소음 피해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주민들이 살고 싶지 않은 마을로 변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바라는 의도라는 생각이 든다"며 "소음 피해를 입어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있는 강화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애국심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김성훈 시민안전본부장은 "강화 접경지역 주민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 주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면서 "국방부와 지속적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관심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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