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대북방송 효과 있나"… 강화 주민만 '고통 부메랑' [北 소음공격, 대책없는 정부·(下)]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입력 2024-09-25 20:55수정 2024-10-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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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전문가 '확성기 공방 중단' 입장
유효거리 7㎞인데 北 마을 7.5㎞밖 두달여 소모적… 건강·생존 위협 보수성향도 '자발적 인내'에 한계 "차라리 더 강력한 심리전을 펴야" 박선원 의원, 국방장관에 대책 요구
북한의 소음공격에 인천 강화군 송해면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이 북의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대북 방송의 효과는 불확실한 데 반해 우리 주민의 피해는 명확한 만큼 대북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북 방송 중단을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의 소음공격으로부터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강화군 송해면 주민들이다. 이들에게서 대북 방송을 중단해달라는 요구를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우리 군이 대북 방송을 중단하면 북한의 소음공격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송해면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리면서도 정부를 믿고 두 달 넘게 참아온 이유는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적 주민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더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인내를 요구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확인되는 분위기다. 주민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남북이 심리전(戰) 일종의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야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북한이 설치한 대남 스피커로 연일 소음공격을 하고 있는 25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마을. 2024.9.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 60대 주민은 "이곳에서 하루 종일 소음 피해를 직접 겪어보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며 "보수·진보를 따질 문제가 아닌 주민 건강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주부는 "두 달 넘게 이어진 남북 확성기 공방이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무의미한 공방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 소음공격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소음공격이 중단된다면 창고에 쌓여있는 쌀이라도 북한에 퍼주고 싶다"는 말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연일 이어지는 대남 소음공격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피커 모습. 2024.9.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주민 피해만 일으키는 실효성 없는 확성기 공방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수·진보 쪽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자국의 군심이나 민심이 흔들릴 것에 대비해 우리 군의 대북 방송에 소음방송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서 그 누구도 들을 수가 없다"면서 "상대방의 심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심리전이 아니다. 차라리 더욱 강력한 심리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민·부평구을) 국회의원 역시 대북 방송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군이 보유한 대북 확성기는 유효거리가 7㎞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은 7.5㎞ 밖에 있어 실효가 없다. 게다가 북한은 대부분 산악 지형이어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박 의원 설명이다. 그는 "차라리 현 정부가 원하는 의도대로 북한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주민만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강화 접경지역 마을 주민을 다가오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해 피해 상황을 널리 알리고 국방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