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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문제, 지역 맞춤형 정비가 해답" [경기도 빈집 리포트·(4·끝)]

공지영·이시은·이영지
공지영·이시은·이영지 기자 see@kyeongin.com
입력 2024-10-17 20:42 수정 2024-10-17 21:29

일본의 빈집 관리와 전문가 제언


태풍 위험땐 지도·명령 과정 생략
철거·활용 방안 등 지자체 중심
인구유입·편의시설 등 조성해야
"현 추세, 절대적 빈집 증가 확실"


‘토비바코’ 전경
지난달 24일 찾은 일본 조후시의 빈집을 정비한 공간인 ‘토비바코’ 전경. 2024.9.2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일본 사례로 살펴본 빈집 대책의 방향성은 '지역성'에 있었다. 지역을 잘 아는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에 맞는 활용 방안을 찾는 게 제대로 된 빈집 정비 사업의 핵심이었다. 도농복합도시, 대도시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지역이 혼재하는 경기도에 적합한 방안이기도 하다.

■ 빈집 관리 지자체, 서포트하는 일본 정부


"철거뿐 아니라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어디까지나 지자체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그래야 지역 사정에 맞는 방안이 나오니까요."

일본 국토교통성은 빈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해 빈집법(빈집 등 대책의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했다. 빈집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자체 권한을 확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법 개정 전에는 소유주나 상속자 등 이해관계인만 빈집에 대한 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었다. 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빈집 정비의 첫발조차 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법은 빈집 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지자체가 재산관리인 선임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소유주를 대신해 빈집을 관리하는 사람인 재산관리인을 통해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개정법은 지자체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빈집 정비 절차를 간소화하고 활용방안을 다양화 하기 위한 방안도 담았다.

이른바 '빈집 등 활용촉진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빈집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용도 변경 등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진행할 수 있다.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쓰러질 것으로 보이는 빈집은 지도, 명령 등 빈집 정비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하고 철거할 수 있게 됐다.

■ 경기도 빈집 대책 방향성은


남지현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
남지현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이 지난달 9일 인터뷰에서 “지역맞춤형 빈집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4.9.9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국내에서 만난 전문가들도 '지역맞춤형' 빈집 정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지현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지원센터장은 농촌과 도심 속 빈집 활용 방안이 달라야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빈집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인구 유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주택이 몰려있는 도심이라면 주차장 등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편의시설로 조성해야 합니다. 일본도 지자체마다 빈집 활용 방향성이 제각각인데, 최근 사례를 보면 다문화 가정이 많은 일본 효고현은 빈집을 다문화 셰어하우스로 정비했어요. 요코하마는 노숙자나 배낭여행객 등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설로 정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김호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김호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지난달 11일 인터뷰에서 “빈집 정비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진행해야한다”라고 말했다. 2024.9.11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김호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1기 신도시 등을 빗대 경기도 빈집의 현주소를 짚었다.

"빈집 정비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진행돼야 합니다. 지역에 맞지 않게 정비가 되면 다시 수풀만 무성한, 쓸모없는 공간이 되는 거죠. 말 그대로 탁상행정인데요. (공동화로 인해 곳곳에서 빈집이 발생하고 있는) 분당,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만 봐도 지역에 대한 수요가 다 다릅니다. 빈집도 개발가능성이 있으면 민간이 들어오게 돼있거든요. 지역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역맞춤형 빈집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시행 중인 빈집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지자체의 빈집 관리 문턱을 낮추고 소유주가 빈집을 정비하도록 유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수원 인계동 구천교 일대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
공동화로 인해 경기도에서 도심 속 빈집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게 됐다. 수원 인계동 구천교 일대 구도심에 위치한 빈집.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또한 현행 제도를 보완해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미 빈집 관리법은 지자체가 소유주를 찾지 못할 경우 직권으로 빈집을 정비하거나 철거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재산권 침해·소송 등의 위험으로 지자체가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다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빈집은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의 부산물이다. 이는 도심 속 빈집 문제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빈집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출생 고령화, 경제 성장 속도에 따라 빈집 문제의 심각성도 달라지겠죠. 빈집 문제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서운거죠. 다만 현 추세라면 절대적인 빈집의 수가 늘어나는 건 확실합니다. 일본의 선례를 참고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see@kyeongin.com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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