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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못보는 '영아다방'

김성호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13-01-10 제23면

'영아다방 사거리' 지명으로 더 유명한 옛날식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숍 늘자 업종변경 '다방' 명칭 포기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영아다방은 '영아다방 사거리'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영아다방 간판을 볼 수 없게 됐다.

크고 작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골목마다 차고 넘치는 지금의 현실에서 가게 주인은 1956년부터 사용해 온 '다방'이라는 구식 이름으로 버텨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9일 오후 1시께 찾아간 부평구 청천동 179의 16 영아다방. 건물 2층 벽면에는 '영아다방'이라는 간판이 내려진 채 '존179'라는 세련된 간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장인 조경희(40·여)씨는 "영아다방 이름을 포기하기가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속상해 했다.



조씨는 영아다방의 7번째 주인이다. 1995년부터 영아다방을 맡아온 6번째 사장 부부에게서 지난해 3월 인수했다.

조씨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이었던 79㎡ 면적의 작은 공간을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게 새롭게 꾸미고 이름도 '까페영아다방'으로 바꿨다. 8월이 되면서 가게는 흑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만 해도 '영아다방' 네 글자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커피 매출은 줄었고 어쩔 수 없이 맥주와 파스타를 메뉴로 넣어야 했다.

술과 음식을 팔기 위해선 업종을 '휴게음식점'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변경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상 업소명은 업종을 혼동케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 때문에 조씨는 '다방'이란 글자를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조씨는 지난해 말 지금의 존179로 상호명을 바꿨다. 누구나 쉽게 부르는 '존'이라는 이름과 지번을 따 만든 이름이다.

영아다방 단골 손님이던 지역 어르신들도 많이 서운했던 것일까. 조씨는 "지금도 가게를 찾는 어르신으로부터 욕을 듣고 있다"며 "영아다방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손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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