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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는 흡연, 개인의 의견 중시해야'

고일영 발행일 2013-07-05 제18면

   
▲ 고일영 오산 애플북스 대표
지난 주 수요일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작가 형은 맞선 보려고 가는 새색시처럼 다리를 나란히 모으고 조금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마시고 있다. 만종분기점에서 춘천 방향으로 올라가니 평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막힘 없이 시원하게 뚫렸다.

"담배 한 대 피우세요." "차 안에 담배냄새 배잖아. 그리고 담배 끊은 사람을 옆에 두고…." 손사래치며 피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가 괜찮다고 하자 얼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빨고는 내뿜는데, 열린 창틈으로 연기는 사라진다. 마치 그의 소원을 속시원히 해결해 준후 나왔던 램프 속으로 쏟살같이 사라지는 요정과 같이.

나도 한때는 못 말리는 골초였다. 그야말로 담배없이는 살 수 없었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처음에는 입시의 고민에서 벗어나려고 담배를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기도 했다. 대학 연극반에서 연출을 맡았을 때는 단원들 앞에서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에 근무할 때는 외국 바이어의 불만에 찬 팩스를 받은 후 궁색한 답장을 늘어놓고 차마 보내지 못할 때, 강사를 업으로 이곳저곳으로 이동할 때도 내 사랑 담배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강의에 목이 더는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발음이 중요한 영어 강의에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20여년 동안 하루에 2~3갑씩 피웠던 담배를 뚝 끊었다. 나는 금연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담배의 유혹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대부분 금연한 사람들은 남들이 흡연하면 몹시 역겨워하며 인상까지 쓰면서 질색한다. 하지만 나는 금연한 이후 지금까지 누가 옆에서 흡연해도 싫은 내색한 적이 없다. 싫기는커녕 오히려 구수한 냄새가 좋게 느껴진다.
지난 주 뉴스에 공군이 올 7월부터는 금연을 시행키로 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국방부 장관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공군은 돌연 철회하였다고 한다. 장관이 '기본권 침해는 위법사항'이라면서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 금연 정책으로 잘했다는 의견과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지나친 규율로 억제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흡연은 그냥 개인에게 맡기자. 비싼 세금을 내고 사서 피우는 담배보다 더 해롭고, 나쁘고, 못된 것도 많다.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어찌 담배뿐이랴.



나는 스스로 일과 건강을 위해 금연했지만, 지금도 담배 연기는 싫어하지 않는다. 이율배반적이라고 하겠지만 흡연이야 개인의 문제이다. 아무리 명령에 따르는 군이지만 강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음 달부터 법적으로 면적이 150㎡ 이상인 음식점과 호프집·찻집 그리고 PC방까지 흡연을 금지할 예정이다. 금지구역에서 금연은 당연하지만 상대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지정된 장소에서의 흡연까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담배보다 더 해로운 사건들이 곳곳에서 지금도 터지고 있지 않은가?

/고일영 오산 애플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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