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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2. 메솟 난민촌을 가다 - 1 공동체 재건 나선 미얀마 반군

기획취재팀 기자 발행일 2013-10-30 제18면

'미얀마 소수민족 생존권 수호'… 총 한자루 들고 일어선 그들

   
▲ 지난 2009년 정부군의 공격으로 빼앗겼다 되찾은 미얀마 카렌족 반군 캠프에서 젊은 병사들이 적진 침투 작전 등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미얀마 카렌족 난민의 수호자인 반군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총기부족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한 병사들 대부분이 나무총을 들고 훈련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열수기자
미얀마 정부·반군들간 휴전협상 제안 '평화 정착' 줄다리기 대화
태국으로 탈출한 지역주민 반군캠프 집단이주 마을 조성 '구슬땀'
산악지대 뿌려진 지뢰밭 재건 걸림돌… 제거하려면 수십년 걸릴판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인 미얀마는 최근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다. 오는 2015년 중대 선거를 앞둔 미얀마 정부는 최근 군부 청산과 함께 경제적인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미얀마의 문호개방에 맞춰 미국과 일본·EU 등 서구 열강들도 앞다퉈 진출하며 '천연자원 전쟁'을 벌일 정도로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현 미얀마의 미래는 여전히 '시계 제로'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정부의 민주화 노선 추진 그 이면에 군부의 야욕(?)과 부정부패 만연 등 일관된 기득권 체제 유지 기제(機制)가 작동하고 있는 점 등을 간파, 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촌의 천국'인 태국·미얀마 접경도시인 메솟(Mae Sot)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얀마 난민의 역사는 민족 수난사에 다름 없다.

미얀마인들이 지난 1964년 군부독재와 인종간 갈등 등을 피해 국경을 넘기 시작한 이래로 태국 국경지대인 메솟 인근에 '빈곤'을 상징하는 난민촌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난민촌에 정착한 미얀마인들에게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정치·인종갈등 등의 박해를 피해 내려온 난민촌의 미얀마인들은 국제구호단체의 도움이 없이는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난민촌에 새로운 희망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난민 2세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미얀마 인사이드도 마찬가지다. 수도인 양곤 인근의 공장 등지에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도시난민들이 불법 조성한 촌이 수두룩하다.

   
▲ 카렌족이 반군 캠프촌에 막사 등 건물을 짓고 있다.
미얀마의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며 되돌아온 정치망명가들은 현정부가 ID를 발급하지 않아 무국적 신분으로 정치난민으로 숨어 지낼 정도다.

미얀마 정부는 자국의 열악한 환경 탓에 양산된 각종 난민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떠돌아 다니는 도시 난민 혹은 정치 난민들도 미얀마의 천년 시대를 다시 꿈꾸며 공동체 재건에 나서고 있어 변화의 흐름을 실감케 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아 지난 10월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태국과 미얀마 접경도시인 메솟과 국경지대, 미얀마 경제수도인 양곤 등지에서 급변하는 미얀마의 난민실태를 집중 기획 취재했다. ┃편집자주

"60년간 싸워왔다. 더이상 싸움을 원치 않는다. '평화와 협상'이란 대원칙에 따라 미얀마 본국으로 귀환하길 원한다."

미얀마 난민의 수호자인 '반군'. 그들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 도전을 받고 있다.

KNLA(Karen Nation Liberation Army) 등 미얀마 반군들은 최근 미얀마 정부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일방적인 휴전을 선포한 뒤 카렌족과 카친족 등 미얀마내 민족들과 휴전 협상을 제안한 게 수용됐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양측의 평화협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몰수한 농민·주민들의 땅을 되돌려 주는데 반대하는 등 합의해야 할 조항이 많아 협상이 지루하게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인일보 취재진이 접경도시 메솟에서 차량으로 정글을 가로질러 난 도로를 3시간 가량 이동, 찾아간 미얀마 인사이드내 카렌 반군들도 전쟁을 종식시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협상 과정(Peace Process)이 본격화 됨에 따라 반군의 역할 등에 대해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었다.

   
▲ 카렌 반군들이 적 제압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 반군 캠프를 난민 새정착지로

=반군들은 메솟 인근에 있는 카렌족 마을로 캠프를 이전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펼치고 있다. 카렌 반군들은 자신들의 캠프에 학교와 병원, 대강당 등을 지어 태국으로 탈출한 난민들을 집단이주시키기 위한 공동체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 반군 캠프는 지난 2009년 정부군의 공격으로 빼앗겼다 2년여만에 되찾아 사실상 페허가 되다시피했다.

반군은 올해 5월께야 캠프내에 군전초기지와 막사, 식당 등을 다시 지어 현 캠프를 조성했다. 하지만 카렌 반군이 주둔한 캠프촌은 뭐하나 제대로 지어진 건물이 없을 정도로 보잘 것 없었다.

반군은 캠프 한쪽에 지난 2007년 정부군 공격으로 불타버려 콘크리트 골조만 남은 병원동에 간호병동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었다.

말라리아 약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데려다 치료해 주기도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외부에서 지원받던 약품들도 다 떨어져 변변한 약 한번 제대로 써 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반군은 이곳에 미얀마내 자기 땅을 잃어버린 난민들(IDP·Internally Displaced People)을 위한 병원으로 다시 세우기 위해 외부와 접촉중이다. 먼저 병원이 세워져야 집 잃고 산속 등지에서 숨어사는 난민들을 데려다 돌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대 한 복판에는 학교와 기숙사·대강당·정수시설 등이 들어설 부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미얀마 난민들이 다시 부유한 삶의 공동체를 이뤄 나가기 위해선 난민 2세들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반군은 카렌족의 언어와 문화 등을 가르쳐야만 자신들의 문화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고, 태국내 유명한 대학 등지에 보내 교육을 시켜 이들이 다시 돌아와 카렌공동체를 재건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 숨어 있는 악마, 지뢰

=미얀마 국경지대에 뿌려 놓은 '지뢰'가 공동체 건설의 큰 장애물이다.

최근 반군 캠프내에 임시로 세워 놓은 샤워장 바로 옆 바위 인근에서 지뢰가 폭발했다고 전한다.

반군들이 수도 없이 지나다니고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터지지 않았던 지뢰가 돌연 제모습을 드러내면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미얀마·태국 국경지대에 우기가 찾아오면 지뢰가 비에 휩쓸려 반군 캠프내로 이동할 가능성도 매우 커 캠프 어느 곳도 안전한 곳이 없다.

태국·미얀마 국경을 가로지르는 강을 보트를 타고 도착했을 때 반군 관계자는 캠프내에서도 자신들이 다니는 길 이외엔 절대 다니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뢰가 어느 곳에 매설돼 있는 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얀마정부가 반군소탕을 위해 주요 산악지대나 반군 주둔지대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지뢰를 심어놨다.

정부는 지뢰를 심어놓은 곳을 표기한 마인 맵(The Mine Map)을 갖고 있지 않다. 때문에 지뢰를 제거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직면해 있다.

외국정부나 기업들에게 주요 산악지대에 있는 천연자원 채굴권을 판매하거나 팔려고 해도 지뢰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어 광물을 캐지 못할 정도다.

"미얀마내의 지뢰를 다 제거하려면 수십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며 "국제 구호단체들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뢰를 밟아 다리가 잘리는 환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는 만큼 지뢰 탐지기를 지원받는 게 오히려 더욱 절실한 실정"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 막사에서 병사들이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 귀향의 꿈, 멀지 않았다

=미얀마 반군들은 총을 내려 놓지는 못하고 있다. 현정부가 휴전 선언과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정부군은 계속 반군들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들의 안전을 정부는 물론 그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기에 소위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반군 캠프를 해체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지금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병사는 없다"고 군 관계자가 전해줬다.

하지만 반군은 휴전협상이 종료되는대로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저버리지 않는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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