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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심사평/임철우·최인석

경인일보 발행일 2014-01-02 제25면

"신인다운 생각과 의욕 당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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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빈 욕조'(권형백) 등 6편이었다. 전반적으로 인물과 서사에 대한 작가 고유의 탐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견해였다.

서사는 작품 내적으로는 인물과 그 관계로부터, 그리고 작품 외적으로는 세계로부터 비롯된다. 즉 인물과 그 관계, 그리고 세계에 대한 탐구야말로 서사가 현실성, 객관성, 설득력을 획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이에 대한 탐구가 없이 단순히 그럴 듯한 인물과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여 그것으로 곧 소설적 서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작품은 '빈 욕조'와 '검란'(이대연)이었다.

'빈 욕조'는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인과 베트남 사람이 문화적 차이와 오해 때문에 겪는 재난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한국인 노파는 동네 꼬마의 고추를 악의 없이 만져보다가 성추행으로 체포되고, 베트남 남자는 자신의 어린 딸을 목욕시킨 것이 화근이 되어 역시 체포당한다.



신문·방송·드라마 등을 통해 무척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의 병렬적 구성으로는 소설적 진실에 도달하는 데에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찾아볼 길이 없었다.

'검란'은 알에서 태어나는 고양이, 그 고양이가 낳은 알 같은 비현실적·환상적 요소를 도입하여 한 남자가 처한 삶의 난감함과 고통을 그려낸 작품이다.

알레고리나 상징은 구체성을 띠지 못하면 무력하다. 소설적 재미도 현실적 설득력도 알레고리나 상징이 내포한 현실적 환기에서 비롯된다. 매력적이고 명증한 알레고리와 상징은 작가의 생각의 깊이와 상상력을 통해 빚어지고, 그것은 플롯과 서사를 이루는 중요한 뼈대가 된다.

구체성이 결여된 알레고리나 상징은 현실적 환기를 불러올 수 없고, 따라서 모호한 관념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검란'은 적지 않은 단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이 '검란'을 당선작으로 내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신인다운 새로움, 그리고 문장에서 엿보이는 작가의 생각과 의욕이 당선에 값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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