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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소감/이대연

경인일보 발행일 2014-01-02 제25면

"종착지 없는 여정 또 다른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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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탔다. 처음 몇 번의 정차 이후에 종착지까지 쉬지 않는 시외버스였다. 군데군데 녹지 않은 묵은 눈이 보였다. 세상이 부식된 자국처럼 흉물스러웠다. 녹을 털어내면 세상 밖으로 통하는 구멍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당선이라는 말은 누전된 전선에 연결된 스위치 같았다. 불이 들어오는 대신 수상한 감정의 스파크가 일었다. 기쁨과 동시에 정체가 불분명한 어떤 공허감이 몰려왔다.

한동안 소설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려 할 때마다 모니터의 하얀 불빛은 취조실의 백열구처럼 내게 자백을 강요했다.

그 불빛 앞에서 내 눈빛은 쉽게 흔들렸다. 끝까지 밀고 가기가 두려웠고, 내 무능과 무기력을 마주하기가 겁났다. 나는 당당한 최후진술을 하기 원했지만 언제나 허위진술에 불과했기에, 나는 끊임없이 도망치고 싶었다.



버스가 설 때마다 사람들이 타고내렸고, 아직 어둡지 않은 창밖으로 간간이 눈발이 날렸지만 쌓이지는 않았다. 버스는 마지막 정류장을 지나 이제 종착지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불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없던 용기가 생긴 것도, 마음속 깊이 자리한 머뭇거림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이제는 어쨌든 종착지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당선이 면죄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는 있으리라.

황충상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소설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단국대 김수복 교수님, 박덕규 교수님, 강상대 교수님, 최수웅 교수님, 그리고 경기대 안남연 교수님, 신아영 교수님, 박영우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가족들, 어머니와 누님, 매형, 그리고 선록이, 선준이, 선진이, 세 조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약력

1972년 수원 출생
수원 수성고등학교 졸업
경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경기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석사과정)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박사과정)
2012년 영평상 신인평론상 수상
2012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수상
현 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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