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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시네]플랜맨… 초반-후반부 상반된 분위기

민정주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4-01-03 제14면

정재영 독특한 캐릭터 잘 소화
작위적 설정의 남녀 흥미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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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한국/115분
감독 : 성시흡
출연 : 정재영, 한지민
개봉일 : 2013년 1월 9일. 15세 이상 관람가

1분1초 계획하는 결벽남에게
계획에 없던 재앙이 찾아오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한정석(정재영 분)은 자고 일어나 침구를 다림질하고 샤워를 한 뒤에는 샤워 커튼의 물기마저 드라이어로 모두 말려야 성에 찬다.

출근할 때 건널목 건너는 시간, 편의점에 들어서는 시간도 모두 손목시계의 분 단위 알람에 맞춰져 있다. 모든 일을 자신이 정해놓은 정석대로 처리 하지 못하고 1분, 1초라도 틀어지기라도 하면 그에겐 거의 재앙이다.



매일 같은 시간 찾는 편의점에서 자신처럼 삼각김밥 줄을 맞추고 손이 벗겨지도록 손을 씻는 여자(차예련 분)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여자는 자신과 똑같은 남자는 싫다며 거절한다.

짝사랑을 포기할 수 없어 처음으로 무계획적인 삶을 살기로 한 정석에게 인디밴드 보컬인 소정(한지민 분)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밴드 오디션에 함께 나가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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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은 플랜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캐릭터밀착형 연기로 시선을 모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온갖 트라우마, 공포증, 콤플렉스 등 플랜맨으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이 가진 상처를 보듬으며 감동까지 전한다.

특별한 캐릭터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극단적으로 계획적인 플랜맨과 정반대로 계획이랑 담을 쌓은 여주인공 소정 역의 한지민 역시 자신이 가진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볼 수밖에 없는 플랜맨과 정반대의 캐릭터는 흥미를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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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남녀가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의 과정은 때로는 소소하게, 때로는 폭소를 자아낼 정도로 웃음으로 채웠다.

하지만 밝고 통통 튀던 분위기는 정석의 아픈 과거를 보여줄 때 과도한 무게에 덜커덕 걸려 버린다. 전반부는 캐릭터에서 나오는 재미들로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후반부에는 한정석의 과거사를 성급하게 풀어내느라 영화가 가진 장점의 빛이 바랜다.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2006)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고 몇 편의 단편 영화로 상을 받은 성시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민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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