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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수학여행 다녀오면 주려고 몰래 자전거 준비해놨는데'

입력 2014-04-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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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24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한모양의 방에 교복이 가지런히 걸려있다(이 사진은 유가족의 동의를 구한 후 촬영). /특별취재반
버스 통학 힘들다 투정에
용돈모아 온라인 주문
택배 도착한 날 딸은 주검으로
"원통" 울부짖는 아버지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선물하려고 딸 모르게 사 놨는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故) 한모양의 아버지는 집안 한쪽에 세워둔 새 자전거를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한양이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깜짝 선물로 주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준비해 놓은 자전거다.

매일 학교까지 버스로 통학하기 힘들다며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랐던 딸이다. 아버지는 딸이 수학여행을 갔다오는 동안 깜짝 선물을 준비하려고 부족한 용돈을 모아 조립식 자전거를 구입해 놓은 터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을 위해 준비한 자전거를 줄 수 없다.

한양의 아버지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딸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설마 내 딸이' 하는 마음이었다.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랐을 딸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른 학부모들과 전남 진도로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이내 전원 구조가 청천벽력 같은 오보임이 밝혀지면서 사고현장까지 가는 내내 그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사고난 선박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딸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20일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황급히 찾아간 목포의 한 병원에는 딸의 주검만이 놓여 있었다.

그때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쇼핑몰에 주문한 자전거가 도착했다는 택배기사의 전화였다. 아빠는 울부짖었다. 네게 주려고 산 자전거가 집에 도착했다고… 일어나서 자전거 타고 학교 가야지….

남매 중 장녀인 한양은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사는 안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단원고로 전학을 왔다. 줄곧 아버지와 떨어져 살다가 그리움을 참지 못해 전학을 결심한 것이었다.

특히 교우관계도 좋아 늘 주변에 친구들이 따랐다. 지난 23일 한양의 장례식장에는 바로 이전에 다니던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버스 4대를 빌려 조문을 왔을 정도다.

한양의 아버지는 지난 20일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사랑하는 딸이 내곁을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그동안 아빠는 너로 인해 너무너무 행복했다. 고맙고 사랑한다. 그리고 못난 아빠 용서해주라. 사랑해 00야'라는 딸을 그리워하는 글을 올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양의 아버지는 "자전거가 왔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 딸의 빈 자리가 느껴져 눈물이 쏟아졌다. 딸에게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보내 너무 원통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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